검찰이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의 측근들을 범죄 수익 은닉 혐의로 13일 전격 체포하며 본격적인 은닉 재산 찾기에 나섰다.'측근 체포'와 '재산 환수'로 김씨를 압박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로 향하는 수사의 물꼬를 트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이 이날 체포한 이들은 김씨와 오랜 관계였다.
화천대유 공동대표 이한성씨는 김씨와 성균관대 대학 동문이며, 쌍방울그룹 부회장과 화천대유 이사를 지낸 최우향씨 역시 김씨와 20년 지기다.검찰은 김씨가 이들과 대여 형식 등으로 돈거래를 하며 대장동 사업으로 벌어들인 수익을 빼돌렸다고 보고 주거지, 사무실 등을 이날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대상엔 지난해 대장동 사건 초반부터 김씨의 법률 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태평양 사무실도 포함됐다.
김씨의 검찰 조사 쪽을 책임진 A 변호사의 휴대전화도 압수했다.검찰은 A 변호사가 김씨의 재산 은닉에 깊숙이 개입했다고 의심한다.
검찰이 김씨 측근들을 체포한 표면적 목표는 그가 대장동에서 배임 범죄로 챙긴 막대한 수익을 환수하기 위해서다.
김씨가 대주주인 화천대유는 대장동 사업으로 577억원의 배당금을 챙겼다.화천대유가 지분 100%를 가진 천화동인 1호의 배당금은 1천208억원, 김씨 가족들이 대표인 천화동인 2호와 3호의 배당금은 각 101억원이다.
김씨 측이 2천억원의 수익을 챙긴 것이다.
실소유주 논란이 제기된 천화동인 1호의 배당금을 제외하더라도 엄청난 액수다.
재산 환수는 대장동 사건의 '키맨'인 김씨를 압박해 입을 여는 효과를 낼 수 있다.
김씨는 대장동 팀에서 정치권과 법조계에 대한 청탁·로비 등을 주로 담당했다.
기자 시절 쌓은 인맥으로 각종 민원을 해결하고 인허가를 받아내는 게 김씨의 역할이었다.
당초 사업을 이끌던 남욱 씨가 2015년 5월 구속된 뒤에는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측과 친분을 쌓아 사업 주도권까지 가져갔다.
민간사업자 지분 전체의 49%가량을 소유했던 김씨는 사업 과정에서 다른 사업자들에게 '천화동인 1호에는 이재명 측의 숨은 지분이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씨는 김씨에게서 '이 대표의 선거 자금을 대거나, 시 의원들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말을 들었다고도 주장한다.
'50억 클럽'으로 알려진 정·관계 로비 의혹 역시 김씨를 고리로 대장동 사건과 이어진다.
천화동인 1호의 지분 관계나 이 대표 측에 민간업자의 돈이 건너가는 과정, 정·관계 로비 의혹 전반을 규명할 '열쇠'가 바로 김씨인 셈이다.
김씨는 그러나 이 대표를 겨냥한 '폭로'를 하는 남씨와 유동규 전 본부장 등과 달리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는 수사 초기부터 천화동인 1호의 실소유주는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유 전 본부장에게 배당금 중 700억원을 주기로 한 것도 '달래기' 차원이었을 뿐이었다고 주장한다.
'50억 클럽' 또한 사업자끼리 공통비용을 부풀리는 과정에서 지어낸 거짓말이라는 입장이다.
'키맨'인 김씨의 진술이 나머지 대장동 일당과 다르다면 대장동 사건은 이 대표 바로 앞에서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최근 여러 곳에 흩어졌던 김씨 연관 사건들도 모조리 넘겨받으며 전방위로 김씨를 압박하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강한구 전 성남시의원과 박영수 전 특별검사 딸 사건을 수원지검에서 넘겨받았고, 홍선근 머니투데이 미디어그룹 회장의 '무이자 대출' 사건도 넘겨받아 대장동 수사팀에 배당했다.
다만 검찰의 압박 전술에 김씨의 빗장이 풀릴지는 미지수다.
김씨가 진술을 풀어놓는 순간 뇌물공여나 불법 정치자금 공여 등의 혐의가 그에게 추가될 수 있고, 나아가 자신이 '의리'를 지켜 온 주변 지인들이 대거 처벌 대상에 오를 수 있어서다.출소 후 사회적 재기를 염두에 두고 가장 큰 자산인 '인맥'을 남기는 선택을 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