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수익률 여전히 낮은데"…금융기업 대표들 소집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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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기업 대표들 소집한 고용부 장관이정식 고용부 장관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시중 주요은행 및 생명보험사, 증권사 대표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은다. 지난 7월12일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이 개정되면서 시작된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영제도(디폴트옵션) 시행 상황을 점검하고, 퇴직연금 확산과 수익률 제고도 함께 당부하기 위함이다. 이번 소집의 또 다른 배경엔 퇴직연금의 공적 연금 대체·보완에 대한 정부의 기대가 담겨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퇴직연금 수익률 높여야"
16일 금융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오는 21일 시중 4대 은행을 포함한 주요 은행과 금융사 대표들을 모아 간담회를 열 계획이다. 이 자리에선 디폴트옵션 승인 결과와 퇴직연금 정책 방향을 발표하고, 우수 퇴직연금 사업자 모범사례 발표도 이어진다.참석이 확정된 사람은 이재근 국민은행장, 진옥동 신한은행장, 박성호 하나은행장, 이원덕 우리은행장, 윤종원 기업은행장, 전영묵 삼성생명 사장, 편정범 교보생명 사장, 이승주 한화생명 사장, 홍원학 삼성화재 사장, 최현만 미래에셋 증권 회장, 장석훈 삼성증권 사장,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 최병철 현대차 증권 등 굴지의 시중 은행, 생명·증권사 CEO 13명이다.
금융계 관계자는 "이 정도로 금융권 거물급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드문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례적인 이번 소집은 갈수록 규모가 커지는 퇴직연금의 적정 운용과 수익률 제고를 당부하기 위해서라는 게 고용부의 설명이다.고용부에 따르면 지난해 퇴직연금 적립금은 295조 6000억원이다. 전년 대비 증가율 15.7%며 3년 연속 증가율이 15% 넘겨 앞으로도 빠른 속도로 증가할 전망이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퇴직연금 규모는 2050년에는 약 2122조원에 이르고 자산규모가 국민연금 능가하는 국내 최고 수준 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고용부 관계자는 "새로 도입된 디폴트옵션 잘 운영하고 수익률 제고 방안을 검토해 달라는 취지로 만든 자리"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간담회 개최 자체가 퇴직연금에 대한 기대감과 공적연금 체계에 대한 위기감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국민연금 장기재정 추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2057년 기금이 소진될 예정이다. 지금 20대 가입자들은 국민연금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공적 연금만으로는 적정한 노후 소득 달성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국민연금 명목소득 대체율은 40년 납입 기준 40%지만, 실제 가입 기간 약 25년을 고려한 실제 소득대체율은 25% 수준에 그친다는 분석도 제기된다.결국 장기적으로 공적연금을 보완할 '다층적 노후 소득 보장체계'의 핵심은 퇴직연금이 될 것이라는 게 금융계의 전망이다.
하지만 여전히 퇴직연금 연간 수익률은 2020년 2.5%, 10년 평균 수익률은 2.56%로 나타나는 등 다른 국내연기금(국민연금 5.5%, 공무원연금 4.4%, 사학연금 5.2%)에 비하면 여전히 낮은 편이다. 해외와 비교해도 높지 않은 편이다.이에 고용부는 디폴트 옵션의 도입을 기점으로 수익률 제고에 신경을 써달라는 당부를 금융사들에 전할 것으로 보인다.한 연금 분야 관계자는 "연금개혁이 지연되면서 고용부가 연금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됐다"며 "중소기업 퇴직연금 사업까지 맡게 된만큼 수익률 제고 방안과 가입 확산 등에 대한 고심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곽용희/이호기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