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대통령 "'UAE와 분쟁' 섬 관련 시진핑 입장 유감"(종합)

"中, 지도부 밀려난 후춘화 보낸 건 이란과 거리두기" 분석 제기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UAE)와 영유권 분쟁 중인 섬에 대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입장에 유감을 표했다. 13일(현지시간) 이란 정부에 따르면 라이시 대통령은 이날 테헤란을 방문한 후춘화 중국 부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최근 시 주석의 사우디아라비아 방문을 계기로 발표된 중국·아랍 국가 간 공동성명 내용 일부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이란과 아랍에미리트(UAE)는 걸프 해역(페르시아만)의 섬 아부무사, 톰베쿠착, 톰베보조르그의 영유권을 놓고 대립해 왔다.

UAE는 1971년 영국이 점령을 끝내고 철수하는 틈을 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의 섬을 점령했다며 반환을 촉구해 왔다. 그러나 이란은 3개 섬이 원래부터 자국 영토였다는 입장이다.

중국과 걸프 협력위원회(GCC) 회원국들이 지난 9일 발표한 공동성명에는 양자 협상을 통해 이들 3개 섬 문제를 해결하려는 UAE의 노력을 지지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라이시 대통령은 중국이 참여한 이 성명이 이란 국민과 정부를 불안하게 했다면서 중국 정부의 명확한 해명을 진지하게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란 정부는 후 부총리가 라이시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이란의 주권과 영토 보전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중국 관영 통신 신화사에 따르면 후 부총리는 또 중동이나 국제 정세와 상관없이 중국은 이란과의 관계를 강화할 의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중국은 이란이 외세의 간섭에 반대하고 주권과 영토 보전, 국가 존엄을 수호하는 것을 굳건히 지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권력에서 밀려난 후춘화를 이란에 보낸 것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란과 거리두기를 유지하려는 신호라고 블룸버그 통신이 14일 분석했다.

후진타오 전 주석이 이끌던 공청단(공산주의청년단) 세력의 핵심 인물인 후춘화는 '리틀 후'로도 불리며 한때 차기 중국 총리로 유력하게 거론됐다.

하지만 그는 지난 10월 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에서 24인의 중앙정치국 위원에도 들어가지 못했고 이는 공청단파의 몰락을 상징했다.

시 주석이 그런 후춘화를 오랜 기간 최고 우방으로 여겼던 이란에 보낸 것은 중국이 사우디아라비아와 밀착하는 가운데 이란과 거리두기를 지속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시 주석은 지난주 사우디를 방문해 교역 확대를 희망한다고 밝혔고 이집트, 팔레스타인, 수단, 쿠웨이트 등 총 10개국과 양자 정상회담을 하며 아랍권과의 관계를 다졌다.

그러나 이란은 찾지 않아 중국의 입장 변화를 시사했다.

앞서 2016년 시 주석은 사우디와 이란을 나란히 방문해 경제 협력을 약속한 바 있다.

블룸버그는 중국 관영 통신 신화사가 후춘화의 이란 방문 소식을 전하면서 지난 9월 이후 현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정부 시위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후춘화는 이란이 시위 참가자에 대한 두 번째 공개 사형 집행을 단행한 다음날 현지를 방문했다"며 "중국 역시 지난달 말 수십년 만에 가장 광범위하게 확산한 시위를 경험했다. 일부는 시 주석의 퇴진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