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소절만으로도 '아~ 최하영이네' 듣고 싶어요"
입력
수정
지면A29
21일 한경 arte TV“제가 연주하는 첫 소절만 들어도 ‘아, 이건 최하영의 음악’이라고 떠올릴 만한 개성 있는 첼리스트가 되고 싶어요. 저만의 색깔로 인간의 희로애락을 모두 표현할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겠죠.”
개국음악회 협연…첼리스트 최하영
'세계 3대 콩쿠르' 퀸 엘리자베스
첼로 부문 한국인 첫 우승
"나만의 색깔로 희로애락 전하는
개성 있는 첼리스트 되고 싶다"
예술의전당서 한경 arte 필과
하이든 '첼로 협주곡 1번' 협연
지난 6월 세계적 권위의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첼로 부문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을 차지한 최하영(24)의 당찬 포부다. 지난 13일 서울 청파로 한국경제신문사를 찾은 그에게 어떤 연주자가 되고 싶은지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이었다. 최하영은 13년 전 미국 보스턴에서 레슨을 받았던 첼리스트 버나드 그린하우스를 떠올리며 “첼로 기술자가 아니라 진정한 예술가가 되고 싶다”고 했다. “당시 선생님께서 ‘첼로는 목소리를 표현하는 도구일 뿐, 좋은 첼리스트가 되려면 인간의 모든 감정과 이야기를 진실성 있고 솔직하게 전하는 예술인이 돼야 한다’고 하셨어요. 저만의 소리로 청중의 감정을 움직이고 심금을 울리는 첼리스트가 되기 위해 무대에 오를 때마다 이 말을 항상 마음에 새깁니다.”최하영이 첼로를 처음 손에 쥔 것은 여섯 살 때다. 취미로 첼로를 켜던 어머니에게 “나도 배울 수 있어?”라고 물어본 게 첼리스트의 길을 걷게 된 출발점이다. 그의 특출난 재능이 드러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여덟 살이던 2006년 금호영재콘서트로 데뷔했고, 2011년 브람스 국제 콩쿠르와 2018년 펜데레츠키 국제 콩쿠르 우승을 차지하며 음악계에 일찌감치 이름을 알렸다.
그는 한국예술영재교육원에서 공부하다가 14세에 영국 퍼셀 음악원으로 유학을 떠났고, 16세에 독일 크론베르크 아카데미에 입학해 프란슨 핼머슨을 사사했다. “유럽에서 첼로를 배워보고 싶어 무작정 유학을 가고 싶다고 부모님을 졸랐죠. 헬머슨을 사사하기 위해 독일로 홀로 떠난 것도 온전히 제 결정이었어요. 고립된 생활과 심한 경쟁으로 어려움도 겪었지만 홀로 서야 한다는 마음으로 연습에만 매진했습니다.”
이번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도 그의 이런 담대함이 돋보였다. 결선 무대에서 연주하기 까다롭기로 유명한 현대음악가 루토스와프스키의 협주곡을 선택한 것이다. “이전에 연습하지 않은 곡이어서 위험했지만 도전해 볼 만한 가치가 있었어요. 첼로로 일인다역을 하듯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고 이를 통해 청중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작품이거든요.” 현대곡 연주로 콩쿠르 우승을 거머쥔 최하영은 동시대 작곡가 사이에서 함께 작업하고 싶은 1순위 첼리스트로 꼽힌다. “새롭게 도전해보고 싶은 곡이 많습니다. 특히 20세기 후반 작품에 대해 더 깊이 연구해보고 싶어요. 관객들에게 모든 시대의 음악을 아우르는 연주자로 기억되고 싶은 마음도 있고요.”콩쿠르 우승 이후 가장 달라진 점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연주 일정이다. 지난달에도 미국 보스턴과 스페인 마드리드, 룩셈부르크 등을 오가며 연주했다. 이달에는 지난 5일 롯데콘서트홀서 연 독주회를 비롯해 국내 연주 일정이 빼곡하다. 그는 “신체적·정신적 에너지를 응축해 무대에서 폭발적인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일상의 모든 부분을 조율하고 있다”고 했다.
오는 21일에는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한경아르떼TV 개국 음악회에 협연자로 나선다. 이번 공연에서 장윤성 부천필하모닉 예술감독이 지휘하는 한경아르떼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쇼스타코비치의 ‘축전 서곡’과 ‘교향곡 5번’을 들려준다. 최하영은 하이든의 ‘첼로 협주곡 1번’으로 호흡을 맞춘다. “쇼스타코비치의 작품과는 상반된 매력을 들려줄 수 있다는 점에서 하이든의 협주곡을 선곡했어요. 이 작품만큼 첼로의 밝은 음색을 마음껏 드러낼 수 있는 곡은 없죠. 장식적인 요소와 세밀한 표현들로 구현할 수 있는 첼로의 매력이 무궁무진하거든요.”
그는 “섬세한 연주를 이끄는 장윤성 지휘자와 젊은 에너지로 가득한 한경아르떼필하모닉과 함께 협연하는 무대인 만큼 하이든의 신선하고 맑은 에너지를 생동감 있게 표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최하영은 20일엔 LS그룹 공익재단 주최 송강음악회에서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등을 연주한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