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완료' 北 핵실험 올해 넘기나…"내년 초 단행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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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EA 사무총장 "북한이 핵실험 날짜 신축적 고를수 있어"올 초부터 북한의 7차 핵실험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북한은 12월 중순이 되도록 핵실험을 하지 않았다.‘핵실험을 위한 기술적 준비는 끝났다’는 게 국내외 전문가들의 분석이어서 김정은 북한국무위원장이 한·미·일의 대북 압박을 견디면서 ‘핵보유국’ 인정을 위한 적절한 시기를 노릴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올해 말까지 핵실험을 할 가능성은 낮지만, 내년 초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의 생일(1월8일) 직전께 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北. 핵보유국 인정 뒤 군축협상 목표…현재는 어려워"
"1월8일 김정은 생일 직전 유력" 의견도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지난 14일 방한했다. 그는 도착 당시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 핵실험장 주변에서 많은 활동이 나타나 왔다”며 “이는 북한이 (핵실험) 날짜를 신축적으로 고를 수 있다는 뜻이며 실험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국제 원자력 기구 수장이 공식적으로 언급할 만큼, 북한의 핵실험은 준비가 돼 있다는 평가다. 그로시 총장은 방한 전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풍계리 핵실험장에 있는 갱도 4곳 가운데 3번 갱도가 준비를 마쳤다”는 취지의 언급도 했다.
국내 대북 전문가들도 북한이 핵실험 준비를 마쳤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그 시기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지난 3월부터 북한의 7차 핵실험설이 여러 차례 제기됐지만 매번 번번히 빗나갔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국가정보원이 중국 당대회 개최일인 10월16일부터 미국 중간선거일인 11월8일까지를 유력한 시기로 내다봤지만 빗나갔다. 북한의 ‘핵 무력 완성’ 5주년이었던 지난 달 29일 전후로 핵실험을 할 것이란 전망도 역시 빗나갔다.
이에 따라 북한이 미사일 및 동·서해 포격 훈련으로 한반도 긴장만 높인 채로 올해를 넘길 가능성이 가장 유력하게 제기된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지난 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북한의 핵실험이 올해를 넘어갈 것인가’를 질의한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에게 “일단은 그렇게 보고 있는데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답했다.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달(12월) 말 북한이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와 총화(결산)을 앞두고 있어, 정책 노선을 결정한 이후 내년께 (핵실험을)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은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국제사회에 인정받아 미국과 핵군축 협상을 노리고 있다”며 “현재는 한·미가 이같은 북한의 목표를 전면 거부하고 있어 북한이 기회를 엿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북한은 이미 여섯 차례 핵실험을 통해 핵탄두 기술은 어느정도 확보했다”며 “전술핵 및 다탄두 기술이 더 필요하지만 당장 핵을 쓸 게 아니어서 (핵실험이) 급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김정은 입장에서 보면 지난 달 ‘북한이 핵실험을 하면 감당하기 어려운 대응을 할 것’이라 밝힌 한·미·일 정상의 ‘프놈펜 선언’ 등이 부담”이라고 부연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내년 1월8일 김정은 생일 전이 유력하다”는 전망을 내놨다. 정 센터장은 “북한은 1~6차 핵실험에서 대부분 정권수립 기념일이나 당창건 기념일, 김정은 생일 등 직전이나 당일에 단행했다”며 “부친인 김정일 생일(2월16일)도 있지만, 현재는 자신이 권력을 확고히 잡았기 때문에 본인 생일께 단행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말했다. 이어 “올 연말까지는 북한도 당초 제시했던 경제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며 “과거에 핵실험을 하면 중국이 대북 송유관 보수 등 명분으로 원유 공급을 일시 중단하며 북한을 압박했기 때문에 연말 핵실험은 부담이 크다”고 강조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