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데려온 물랑루즈!…"이젠 우리 작품으로 토니상 받아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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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에 빠진 남자' 예주열 CJ ENM 공연사업부장
배낭여행 하다 뮤지컬에 빠져
20년 전 런던에서 만난 '새 세상'
귀국해서 뮤지컬 제작사 찾아가
'킹키부츠' '브로드웨이 42번가'
국내에 대형 뮤지컬 줄줄이 소개
7년간 매달린 '물랑루즈!'도 개막
직접 만든 뮤지컬 수출 도전
"뮤지컬 본고장에서도 인정받는
작품 만들어 상 받아보고 싶다"
브로드웨이 최고의 화제작을 발 빠르게 한국에 들여온 사람이 있다. 20년째 ‘뮤지컬에 미친 남자’ 예주열 CJ ENM 공연사업부장이다. 그는 7년 전 영화 ‘물랑루즈’가 뮤지컬로 제작된다는 소문을 듣자마자 국내 무대에 올려야겠다고 결심했다. 기획 단계에 있던 호주 제작사 글로벌크리처스를 찾아가 그 회사가 제작하는 다른 작품들에 미리 투자하는 등 판권 확보를 위해 온 힘을 쏟았다.“영화 원작의 음악과 화려한 영상은 뮤지컬 영화의 정석과도 같았어요. 그런 작품을 무대에서 볼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 벅찼습니다. 망설일 이유가 없었어요.”
○배낭여행의 끝에서 만난 뮤지컬
“2막을 여는 ‘백스테이지 로맨스’ 장면은 연습하는 배우들도 어려워했던 장면이에요. 힘들게 연습하고 준비한 만큼 정말 멋진 장면이라 기대해도 좋습니다.”
○“브로드웨이·웨스트엔드 ‘오픈런 공연’ 목표”
“한국의 영화 드라마 음악 등 K콘텐츠가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데, 다음 주자는 뮤지컬이 될 거라고 확신해요. 대학생 시절 처음 뮤지컬을 보고 감동 받았던 웨스트엔드에서 오픈런하는 창작 뮤지컬을 만드는 게 저의 오랜 꿈입니다. 우리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상을 받았듯, 우리 뮤지컬도 토니상 작품상을 받을 날이 머지않았다고 생각해요.”
그는 오래된 꿈에 매일 조금씩 가까이 가고 있다. CJ ENM은 마이클 잭슨의 일대기를 다룬 ‘MJ’, 할리우드 영화 원작의 ‘백투더퓨처’ 등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에서 흥행한 작품에 지분 투자를 하는 방식으로 공동 프로듀싱에 참여해 왔다.‘MJ’ 투자자 신분으로 토니상 시상식에 초청받아 참석하기도 했다. 예 부장은 “지분 투자로 당장 얻는 이익보다 작품에 참여한 연출가, 작곡가, 디자이너 등 제작진과 네트워크를 쌓는 게 더 큰 목적”이라며 “리드프로듀서가 돼 직접 작품을 제작할 때 수준 높은 제작진을 확보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말했다.
“CJ ENM이 가진 영화 지식재산권(IP)을 뮤지컬로 만들기 위해 기획 및 개발 중입니다. 브로드웨이 진출 전 미국 시카고에서 트라이아웃(테스트 공연)까지 올린 작품도 있어요.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로 ‘제2의 맘마미아’ ‘제2의 킹키부츠’를 제작하는 걸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모든 뮤지컬이 강렬한 클라이맥스를 지나면 막을 내리듯, 뮤지컬에 대한 그의 열정도 식을 날이 있을까.“우리가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만든 공연으로 토니상 작품상을 받는 날, 그때는 미련 없이 은퇴해도 될 것 같습니다.”(웃음)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