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우즈가 극찬한 예술 코스…클라크에선 나도 '골프 황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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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골퍼들의 천국 필리핀 골프
클라크 미모사 플러스CC
스릴 넘치는 마운틴 뷰 코스
평화로운 아카시아 코스 눈길
필드가 넓어 OB 위험 적고
공 분실 없는 '원볼 플레이' 쉬워
선밸리·FA코리아CC도 매력적
공항 입국 때 수속 특별대우도

우즈는 코스 개장 이듬해인 1998년 1월 이곳에서 ‘97 타이거 우즈 챌린지’ 경기를 열었다. 시합을 마친 우즈는 골프장 컨디션을 칭찬하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렸다. 이 장면은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미모사 플러스CC의 대표적인 자랑거리다.
개장도 전에 코스 내어준 골프장

마운틴 뷰 코스의 1번홀은 파5(화이트티 기준 478m)로 시작한다. 양옆으로 나무들이 우거져 있어 티잉 그라운드에 들어서면 ‘좌고우면’할 수도 없다. 조그마한 개울이 코스 왼쪽 가장자리를 따라 흐르다 티박스 30m 앞에서 돌아나가지만 신경 쓰일 정도는 아니다. 오른쪽으로 슬라이스가 크게 나더라도 OB 가능성이 낮다. OB 걱정을 덜 수 있다는 건 동남아 골프 여행의 소소한 즐거움 아닐까. 필드가 워낙 넓다 보니 공을 잃어버리는 경우도 적다. 여러 홀을 돌고 나서도 같은 공을 쓰는 ‘원볼 플레이’는 주말골퍼에게 여간 뿌듯한 일이 아니다.드라이버 샷이 ‘잘 죽지 않는다’는 것뿐이지 핸드캡3의 1번홀 공략은 쉽지 않다. 첫 홀부터 겁을 제대로 준다. 언덕배기 그린을 둘러싸고 양쪽으로 벙커가 있어 접근이 어렵다. 기록에 따르면 미국프로골프투어(PGA) ‘올해의 선수’ 타이틀을 쥐고 있던 스물두 살의 우즈도 보기를 기록했다. 마운틴 뷰 코스에서 올린 우즈의 전체 성적은 1언더 71타였다.
미모사CC가 내세우는 시그니처 홀은 16번홀(파3)이다. 홀컵이 호수 건너편에 있고 그사이에 벙커까지 있다. 결국 공을 뒤쪽으로 떨궈야 하는데 굴곡진 그린에서 퍼터를 해야 하기 때문에 간단치가 않다. 아이언을 잡고 타석에 들어가면 필리핀 캐디가 한국말로 경고를 한다. “퐁당 조심.”
골프장부터 카지노와 워터파크까지
그런 이유로 클라크에서 골프만 치고 오기에는 좀 아깝다. 대형 카지노가 속속 문을 열었고 워터파크도 운영되고 있다. 연간 800만 명이 이용할 수 있는 클라크 공항 제2터미널도 최근 개항했다. 더 많은 외국인을 끌어모으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클라크의 새로운 공항에는 제주항공과 진에어 플라이강원 등의 저비용항공사(LCC)가 취항했다. 비즈니스 좌석을 보유한 항공사는 아직까지 필리핀항공이 유일하다. 풀 서비스 캐리어(FSC)로 기내식을 제공한다. 필리핀 국적 항공사다 보니 인천에서 이른 아침 출발해 점심에 도착하는 황금 스케줄을 배정받았다. 최근에는 주 4회 부산과 클라크를 오가는 노선을 운영하며 한국 여행객 수송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사실 코로나 팬데믹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클라크에서 골프를 즐기는 사람들이 눈총받는 경우가 있었다. 미군 기지가 있던 곳이다 보니 클라크를 약간 벗어난 곳에 유흥가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국이 클라크와 주변 지역을 분리하는 데 공을 들이면서 예전과 같은 문제가 많이 줄었다는 게 현지 관광업계의 설명이다. 실제로 클라크를 벗어나지 않으면 필리핀 도심 특유의 어지러운 분위기를 접하기 어려울 정도다. 오히려 신도시의 쾌적함이 더 크게 다가온다. 다만 숙박시설 등에서 인력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해 서비스에 일부 차질을 빚는다는 게 단점으로 꼽힌다.
클라크(필리핀)=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