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뜨거워졌다…겨울 해외 골프

Cover Story

'해외골프여행 빅3'
베트남·필리핀·일본
11월 23일 오전 11시20분, 필리핀 클라크국제공항 제2터미널. 인천에서 4시간 가까이 날아온 필리핀항공 PR495편이 도착하자 현지 직원들이 환한 미소로 30여 명의 승객에게 구슬 목걸이를 나눠줬다. 으레 있는 환영 캠페인 같았지만 이 목걸이는 단순한 관광 선물이 아니다. 목걸이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입국심사에서 특별한 대접을 받는다. 남들과 다른 줄을 서서 빠른 속도로 입국 수속을 밟을 수 있다.

공항을 이용하다 보면 안다. 하릴없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데 누군가 단 5분이라도 먼저 입국심사대를 통과하면 얼마나 부러운지. 목걸이를 받은 이들은 ‘아마추어 골프대회’라는 이름으로 한국에서 골프 여행을 떠나온 사람이었다. ‘패스트 트랙’ 입국을 선사한 기관은 필리핀 관광청이었다. 더 많은 한국의 겨울 골퍼를 초청하기 위한 서비스였다. 관광청뿐만 아니다. 클라크의 대표적 골프장 미모사CC는 2년간 새롭게 단장한 아카시아레이크뷰 코스를 정식 개장도 하기 전에 한국 골퍼들에게 내줬다. 필리핀항공은 지난달 부산에서 클라크를 직항으로 오가는 정기 항공편을 마련했다. 골퍼들을 주요 승객으로 삼는 노선이다.코로나 팬데믹으로 꽁꽁 얼어붙었던 하늘길이 열리면서 한국의 골프 애호가들을 겨냥한 국가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베트남과 태국 일본 등은 올겨울 코로나 기간에 급증한 국내 골퍼를 끌어모으기 위해 안간힘이다.

골퍼들에겐 행복한 소식이다. 치솟은 그린피, 꽁꽁 얼어붙은 골프장에서 벗어나 따뜻한 나라에서 겨울 골프를 즐길 수 있게 됐으니 말이다. 겨울에 떠나는 해외 골프 여행은 느긋해서 좋다. 하루 한 번씩 여유롭게 페어웨이를 걸을 수 있고, 플레이어마다 한 명씩 캐디를 동반해 골프 카트를 타고 페어웨이 깊숙이 들어갈 수도 있다. 사흘간 하루 한 번씩 골프를 친다고 하면, 비행기값을 감안해도 국내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저렴하게 라운드가 가능하다.

해외 겨울 골프시장이 늘어나자 여행사들도 바빠졌다. 유명 골프 인플루언서나 레슨프로와 함께 떠나는 패키지도 나왔다. 화려한 경품을 걸어놓고 해외에서 골프대회를 열기도 한다. 바야흐로 겨울 골프시장이 후끈 달아올랐다.

클라크(필리핀)=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