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3대 구조개혁 시동 건 尹…정권 명운 걸고 속도전 나서야

노동, '법과 원칙' 확립, 노동규제도 혁파
연금, 미래 지속가능성이 가장 중요한 기준
교육, 학제·교부금 개혁해야 인재 양성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청와대 영빈관에서 국민 패널 100명이 참석한 가운데 국정과제점검회의를 주재했다. 윤 정부 출범 후 추진한 정책을 종합 점검하는 이 자리에서 노동·연금·교육 3대 개혁을 우리 사회가 청년에게 희망을 주기 위한 핵심 과제로 규정하고 로드맵을 통해 구체화했다. 4차 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대전환의 시대에 낡은 시스템이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3대 구조개혁은 한국의 미래가 달린 과제이기도 하다.

노동개혁은 가장 시급한 문제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급락하는 주요 원인이 노동생산성 저하에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지적대로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주요 선진국의 50%에 불과하다. 이런 마당에 최근 화물연대 파업 사태에서 보듯 국가 시설과 민생을 볼모로 단체행동을 벌이는 노조 행태는 선을 넘고 있다. 이번 사태를 통해 법과 원칙을 지키는 것만이 유일한 해법이며, 국민적 공감과 지지를 얻는 길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건 큰 성과다. 노조를 법의 테두리 안에만 가둬도 노동개혁은 절반은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다. 윤 대통령이 “노동개혁 못하고 정쟁으로 흐르면 정치도, 경제도 망한다”고 의지를 피력한 것은 지극히 온당하다. 이 밖에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지 않은 굴뚝식 규제가 노동시장에 널려 있다. 연구소에까지 강제 적용하는 주 52시간제, 노조가 파업해도 대체인력 투입이 불가능한 노동법을 놔두고 어떻게 글로벌 경쟁을 할 수 있겠나.세대 착취를 조장하는 연금도 한국을 위협하는 시한폭탄인 만큼 더 이상 개혁을 늦추기 어렵다. 국민연금의 경우 ‘더 내고 덜 받는’ 방식의 답이 뻔한 문제인데 시간만 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이번 정부 말기나 다음 정부 초기에는 연금개혁 완성판이 나오도록 하겠다”고 밝힌 것은 다소 실망스럽다. 이렇게 시간을 끌다가 또 개혁 타이밍을 놓치는 우를 범하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국민연금은 물론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 등 소위 ‘밑 빠진 4대 공적연금’이 서로 맞물려 있는 만큼 수술대에 함께 올려야 한다.

인재 양성을 어렵게 하는 낡은 교육 시스템도 미래를 가로막는 걸림돌이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세계적으로 우수한 평가를 받지만 한국의 고등교육 경쟁력은 54개국 중 47위(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 평가)에 머물러 있다. 신기술이 모든 경제·사회 패러다임을 바꾸는 세상에 6·25전쟁 중에 만든 6·3·3학제와 수도권 대학 정원 규제처럼 낙후된 체제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이런 탓에 반도체로 먹고사는 나라에서 반도체 관련 학과 졸업생이 매년 수천 명씩 모자라는 코미디 같은 일이 생긴다. “중앙정부의 고등교육에 관한 권한을 지방정부에 과감하게 이양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방향은 원론적으로 타당하다. 하지만 대학은 빈사 상태인데 초·중·고교는 예산이 남아돌아 흥청망청 낭비하는 사태를 초래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등 선행해 풀어야 할 과제가 산더미다.

3대 구조개혁 과제는 정말 중요하고 시급하지만, 역대 정권이 ‘폭탄 돌리기’ 하듯 미뤄온 국가적 현안이다. 개혁에 실패하면 윤 정부가 공약한 “세계 10위 경제 규모와 1인당 국내총생산(GDP) 4만달러 달성”은커녕 선진국 대열에서 탈락할 수밖에 없다. 관건은 실행력이다. 윤 대통령은 “3대 개혁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임기 중 실현을 공언했지만, 내후년 총선까지가 골든타임이다. 정권의 명운을 걸고 속도감 있게 밀어붙여야 한다. 야당의 반대나 기득권 세력의 반발을 이유로 미룰 일이 절대 아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진정성을 갖고 국민을 설득하면 결국 개혁에 힘을 실어줄 것이다. 국가의 미래가 달린 만큼 야당도 책임 있는 공당의 자세로 협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