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5060 남성 고독사

영국 정부는 2018년 1월 ‘고독부 장관(Minister for Loneliness)’을 세계 최초로 임명했다. 일본도 지난해 초 ‘고독·고립 담당장관’을 임명하고 내각관방에 고독고립 대책 담당실을 설치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고독과 고독사는 이제 세계 공통의 이슈다. 국내에서도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고독사 예방법)이 제정돼 지난해 4월부터 시행 중이다.

정부가 이 법에 따라 처음 실시한 고독사 실태조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지난해 고독사가 3378명으로 최근 5년 사이에 40%나 증가했다. 주목되는 것은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점이다. 남성이 여성의 5.3배였다. 특히 50~60대 중장년 남성이 52%로 전체의 절반을 넘어 고독사 고위험군임이 입증됐다. 정년 등으로 인한 실직과 인간관계 단절, 가사노동 미숙, 건강 악화 등이 겹친 결과다.‘5060 남성 고독사’는 우리만의 현상은 아니다. 일찌감치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노인대국’ 일본에선 연간 3만 명 넘게 홀로 생을 마감한다. 고독사의 일본어 발음 ‘고도쿠시(Kodokushi)’는 국제적 용어가 됐다. 세입자의 고독사로 인한 주택 임대업자의 손실을 보상하는 보험상품도 나와 있다. <고독사 대국> <부러운 고독사> <고독사 서바이벌> <남자의 고독사> 등 관련 서적도 쏟아진다.

일본에서도 남성 고독사가 70~80%를 차지한다. 50대부터 고독사 위험이 시작되고, 혼자 살면서 가사에 익숙하지 않은 60대 남성이 고독사 고위험군이라고 한다. 2019년 국내에 번역, 소개된 <남자의 고독사> 저자인 나가오 가즈히로 의학박사에 따르면 남자는 나이가 들면 여자와 달리 생각의 유연성이 줄어들고, 사회 적응 속도가 느려져 소외되고 고립되기 쉽다고 한다.

1인 가구 증가와 함께 고독사도 늘 수밖에 없다. 고독사 고위험군을 조기에 파악하는 정책 못지않게 고독사를 회피하는 개인의 노력도 중요하다. 용건 없이도 카톡이나 통화할 수 있는 사람 3명 만들기, 집 열쇠를 맡길 수 있는 사람 만들기, 음악·바둑·요리·운동 등 두 가지 이상 새로 배우기, 직함과 자존심 버리기, 무엇보다 살아있을 때 고립되지 않기…. 나가오 박사의 조언이다.

서화동 논설위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