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혈주의 버린 롯데…위기속 전략적 재배치로 역량 집중

3세 신유열 보폭 넓힐 듯

롯데그룹이 글로벌 복합위기 속에서 신동빈 회장이 강조해온 '새로운 롯데'를 향한 변화와 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년간 이어온 '순혈주의'를 과감히 버리고 올해도 외부인사 발탁을 이어가는 한편 인재의 전략적 재배치를 통해 미래 경쟁력을 창출하는데 그룹의 역량을 집중하는 모양새다.

◇ 신유열 상무 승진…3세 경영 준비 잰걸음
15일 롯데그룹 인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신 회장 장남 신유열 상무의 승진이다. 신 상무는 2020년 일본 롯데에 입사하며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렸고, 지난 5월 롯데케미칼 일본지사에 상무보로 합류했다.

일본 게이오(慶應)대를 졸업한 그는 미 컬럼비아대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거쳐 노무라증권 싱가포르 지점 등에서 근무했다.

신 회장 역시 일본에서 대학(아오야마 가쿠인대)을 졸업한 뒤 컬럼비아대 MBA를 받고 노무라증권 런던지점과 일본 롯데상사를 거쳐 1990년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에 입사하며 한국 롯데 경영에 관여하기 시작했다. 비슷한 길을 따라온 신 상무도 롯데케미칼 입사 때부터 3세 경영 준비의 일환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신 상무는 올해 8월 신 회장의 베트남 출장에 동행하며 주목받았고 9월에는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롯데-노무라 교류회에 얼굴을 비추기도 했다.

재계에서는 신 상무가 현재 지주사나 계열사에 지분이 없는 상태기는 하지만 이번 승진 인사로 3세 경영을 위한 보폭을 좀 더 확대해나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 외부수혈 지속…영입인사 자리 이동도 주목
외부 수혈 인사의 이동과 내부 이동도 눈여겨볼 만하다.

롯데는 우선 지난해 외부인사로 영입한 안세진 호텔군 총괄대표 겸 롯데호텔 대표이사를 그룹 싱크탱크인 롯데미래전략연구소장으로 이동했다.

안 대표는 당시 김상현 유통군 총괄대표와 함께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던 호텔 부문을 되살리기 위한 카드로 영입됐다.

특히 호텔롯데의 경우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기업공개라는 숙제도 안고 있는 계열사인 만큼 안 대표의 역할에 더 관심이 쏠렸다.

그러나 영입 1년 만에 자리를 옮기게 됐다.

롯데미래전략연구소는 유통과 식음료 등 그룹의 주력사업에 대한 전략 개발과 국내외 경영환경 분석을 맡은 그룹의 싱크탱크로 롯데는 안 대표가 그룹 전체의 미래 성장동력 창출을 위한 새로운 전략 수립을 맡게 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외부 인사 영입은 계속됐다.

그룹의 모태인 롯데제과 대표에는 이창엽 전 LG생활건강 사업본부장, 롯데멤버스 대표에는 김혜주 신한은행 상무가 각각 내정됐다.

롯데렌탈 대표에도 외부 전문가가 선임될 예정이다.

롯데건설의 위기를 잠재우기 위한 '구원투수'로 선발된 박현철 대표는 중책을 맡은 만큼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박 대표 이동으로 공석이 된 롯데지주 경영개선실장 자리에는 고수찬 롯데지주 커뮤니케이션 실장이 내정됐다.

롯데바이오로직스 등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인수합병(M&A)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낸 공을 인정받은 이훈기 ESG경영혁신실장은 사장으로 승진했고, 오랜 시간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온 송용덕 부회장은 일선에서 물러났다.

송 부회장은 빠르게 변화하는 비즈니스 환경에서 신속하게 대응하려면 젊고 새로운 리더를 중심으로 그룹의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며 용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지난해 대대적인 조직 개편과 외부 영입으로 파격을 택한 롯데가 올해도 글로벌 복합위기와 롯데건설 유동성 논란으로 증폭된 안팎의 위기감을 잠재우기 위해 혁신 카드를 꺼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