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 미래 성장동력 삼아야" vs "저출산·고령화 해결책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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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어드는 인구, 소멸하는 한국“이민자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고, 다양성을 혁신의 자원으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윤인진 한국이민학회장)
(50) 이민정책 어떻게 해야하나
한경·법무부·대한상의 주최 토론회
"다민족·다문화로 전환할 때"
이미 인구 5%가 외국인·귀화자
이들의 사회·경제 기여도 평가
왜곡된 '反이민 정서' 극복 시급
“이민은 저출산·고령화 등 인구문제의 대안이 아닙니다. 이민 확대를 전제로 두지 말고 구체적인 정책 설계도부터 그려야 합니다.”(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15일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인구 감소시대, 이민정책 어떻게 해야 하나’ 정책토론회에서 윤인진 학회장과 이상림 위원은 이민정책 방향과 이민청의 역할을 ‘사회 전체가 풀어야 할 새로운 도전’으로 규정했다. 본격적인 이민 정책이 동반할 사회·문화적 충격 등에 대한 다각적 검토와 이를 최소화할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번 행사는 한국경제신문사와 법무부, 대한상의가 공동 주최하고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가 후원했다.
○다문화 사회 전환 불가피
윤 학회장은 ‘한국 이민정책의 평가와 제언’을 통해 “한국은 단일민족·단일문화 사회에서 다민족·다문화 사회로 이행하는 전환기에 놓여있다”고 진단했다. 인구의 5%가량이 외국인 주민, 귀화자, 다문화 가정 자녀 등 이주 배경 인구이기 때문에 이민 정책 수립이 중요해지는 시점이라는 게 윤 학회장의 분석이다.인구 감소도 이민을 늘리는 요인 중 하나다. 그는 이민 정책이 ‘질서 있는 이민’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가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해외 인적 자원을 유치하고 활용해야 한다”며 “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유학생, 전문기술자, 사업가와 같은 인재가 사회 발전에 이바지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그는 이민정책을 ‘이민자의 안정된 생활과 내국인과의 공존을 위한 환경을 조성하는 종합적인 정책’으로 정의했다. 이민으로 인한 이득을 최대화하고 비용을 최소화해 사회통합을 도모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적지 않은 국민이 이민 확대를 원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그는 “코로나19 재난지원금 등이 ‘내국인도 보호하지 못하면서 외국인에게 선심 쓴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며 “정부의 이민자 통합정책과 대중의 반이민정서가 충돌하는 ‘이민 딜레마’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런 불일치를 해소하기 위해선 정부의 이민정책에 대해 국민의 신뢰를 쌓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이민자에 관한 왜곡된 이미지를 바꾸는 것부터가 시급한 과제다. 그는 2018년 예멘 난민에 대한 잘못된 정보로 반난민 정서가 확산한 것을 사례로 들며 “정부가 사실 확인을 통해 불안감을 완화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민, 확대 논의 전 설계도가 먼저”
이 위원은 이민을 인구문제 해결책의 한 방편으로 다루는 것이 오히려 논의를 정체시키는 걸림돌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인구를 늘리거나 노동력을 확대하기 위해 이민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인구문제에 대한 몰이해에서 나온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노동력 공급 차원에서 접근하면 실패할 수 있다”고 했다.이민이 지역 소멸의 효과적인 대응 방안인지도 검토해봐야 한다고 했다. 이 위원은 “이민으로 노동력이 확대되면 기업 경영에 도움이 되지만 지역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외국인이 이주 후 빈곤층으로 전락해 복지 예산 지출이 늘어나거나, 이민자들도 출산하지 않아 더 심한 고령사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위원은 이민의 양적 확대를 추구하는 것보다 세밀한 정책 설계를 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