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장 중재에도 합의 불발…野 "대승적 수용" 與 "턱없이 부족"

법인세 최고세율 1%p 인하 등에 국민의힘 "언발 오줌누기…실질 감세효과 없어"
이재명 "민생경제 고려해 결단" 주호영 "6∼7개 쟁점 정리않고 수용 결정 불가"
여야는 김진표 국회의장이 설정한 내년도 예산안 처리 시한인 15일에도 결국 합의안 도출에 실패했다. 김 의장이 법인세 최고세율 및 행정안전부 경찰국 예산 등 핵심 쟁점 사안에 대한 최종 중재안을 제시한 데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수용 의사를 밝혔지만, 국민의힘이 당장 수용하기 어렵다는 뜻을 밝히면서 협상 국면이 더 이어지게 됐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주호영·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와의 회동에서 김 의장은 최대 쟁점인 법인세 최고세율을 1%포인트(p) 내리는 중재안을 제시했다.

앞서 정부·여당은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5%에서 22%로 3%p 인하하는 세법 개정안을 내놓았지만, 민주당은 이를 '초(超)부자 감세'라며 강력히 반대하면서 협상은 교착돼 왔다. 아울러 김 의장은 또 다른 핵심 쟁점인 행정안전부 경찰국·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예산은 민주당 요구대로 삭감하되 일단 예비비로 기관을 운영할 수 있도록 부대의견을 채택하는 절충안도 내놨다.
먼저 민주당이 김 의장의 내년도 예산안 중재안을 전격적으로 수용하기로 했다.

이재명 대표는 오후 기자회견에서 "의장의 중재안이 민주당의 입장과 일치하지는 않지만, 고심 끝에 대승적 차원에서 국회의장의 뜻을 존중해 중재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국정을 책임져야 할 정부 여당이 예산안 처리를 방치하는 이 무책임한 상황을 언제까지 내버려 둘 수 없다"며 "어려운 민생 경제 상황을 고려한 결단"이라며 "정부·여당도 의장 중재안을 수용해 달라"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중재안 수용과 별도로 그간 추진해 온 '국민 감세안' 제안은 유효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민주당은 앞서 독자적으로 예산 수정안을 마련하며 중소·중견기업 과세 표준을 10%로 낮추는 안, 종합소득세 6% 세율이 적용되는 소득세 과세표준 1천200만 원 이하 구간을 1천500만 원으로 조정하는 안 등을 '국민 감세안'으로 제안한 바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김 의장의 중재안에 불만을 드러내며 '수용 보류'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은 저녁 의원총회에서 중재안에 대해 "법인세율 1%p 인하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주 원내대표가 기자들에게 전했다.

주 원내대표는 "예산안에서 여야 간 의견이 일치하지 않고 쟁점이 있는 항목이 6∼7가지 더 있다"며 "그걸 정리하지 않은 채 (중재안을) 받겠다, 안 받겠다 할 수 없는 사정"이라고 설명했다.

법인세뿐 아니라 임대주택·지역화폐·기초연금·행정안전부 경찰국·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등 예산 및 금융투자소득세 등 다른 쟁점의 이견 해소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주 원내대표는 의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법인세를 1%p 낮춘다는 건 사실 '언 발에 오줌 누기'"라며 "실질적 감세 효과가 없는데 국제적으로 직접투자 유치 전쟁이 벌어진 상황에서 1%p를 내려서 어떤 효과가 있을지, 그런 회의는 기본적으로 갖고 있다"고 했다.

여야는 일단 이날 협상을 더 하지 않은 채 차후 접점을 모색하기로 했다.

이미 법정 시한(12월 2일)과 정기국회 회기(12월 9일)를 지나 보낸 데 이어 김 의장의 중재안마저 먹혀들지 않으면서 내년도 예산안 처리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민주당도 이날까지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을 경우 단독 수정안을 발의·처리하겠다고 앞서 선언했지만 실현되진 않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