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결승 진출에 흔들리는 프랑스인들의 보이콧 결심

10일 8강전 1천800만명→14일 4강전 2천만명으로 시청자 늘어나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준결승전 때보다도 시청자 159만명 많아
2022 카타르 월드컵 개최를 앞두고 유럽 곳곳에서는 카타르의 인권 침해를 규탄하며 월드컵을 보이콧하겠다는 움직임이 일었고, 일부 프랑스인들도 그 물결에 동참했다.하지만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우승컵을 거머쥔 프랑스가 '디펜딩 챔피언'은 다음 대회에서 부진한 성적을 낸다는 징크스를 깨고 결승에 진출하자 그 결심이 흔들리는 분위기다.

실제로 얼마나 많은 보이콧이 이뤄졌는지 확인할 길이 없지만, 프랑스가 우승에 다가갈수록 월드컵 경기 시청률이 상승세를 보이는 데서 그런 조짐을 읽을 수 있다.
월드컵 경기를 중계하는 TF1 방송은 15일(현지시간) 트위터에 2천69만명이 프랑스와 모로코가 맞붙은 준결승전을 시청한 것으로 집계됐다며 2016년 이후 최고의 성적이라고 밝혔다.4년 전 월드컵 4강전에서 프랑스와 벨기에와 경기를 펼쳤을 때 1천910만명이 TF1에사 경기를 시청한 것으로 조사됐는데, 그때보다 159만명정도 많은 시청자를 확보한 셈이다.

시청률 조사기구 메디아메트리는 이번 준결승전 4세 이상 시청률이 66%로 집계됐으며, 25∼49세 남성으로 조사대상을 한정하면 81%까지 올라간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올해 최고 시청률 기록도 바뀌었다.직전 최고 기록은 프랑스가 지난 10일 8강전에서 '영원한 앙숙' 잉글랜드와 만났을 때로 1천772만명이 경기를 시청한 63%였다.
실제로 프랑스와 모로코가 경기를 하고 있을 당시 하프타임에 맞춰 평소에 수많은 인파로 붐비는 지역에 가보니 '다들 어디에선가 월드컵을 보고 있나 보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한산했다.

오후 9시께 찾아간 에펠탑을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어 관광객과 현지인이 뒤섞여 늘 붐비는 트로카데로 광장에서는 행인보다 기념품을 판매하는 상인이 더 많아 보였다.유동 인구가 많기로 유명한 지하철역 1호선과 6호선 승장강과 열차에서도 승객 숫자를 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적어 마치 새벽 일찍 지하철을 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프랑스 텔레비지옹 방송은 프랑스와 잉글랜드의 8강전을 앞두고 카타르 월드컵 보이콧을 결심했다가 다시 TV 앞에 앉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파리 생제르맹(PSG)에 카타르 자본이 들어갔을 때부터 축구 관람을 끊었다는 미카엘 씨는 식당에서 우연히 월드컵 경기를 보고 나서 다시 시청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미카엘 씨는 네덜란드와 아르헨티나의 8강전에 자극을 받아 프랑스와 잉글랜드의 경기를 보러 술집에 찾아왔다며 자신을 '마약 중독자'에 비유했다.

경기를 보면서 자신이 살아있음을 온몸으로 느꼈지만, 카타르 월드컵을 보이콧하겠다는 양심을 저버린 게 부끄러워 그날 그린피스에 기부했다고 한다.
파누 씨 역시 프랑스와 잉글랜드 8강전 경기를 보고 싶다는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남편의 만류로 그동안 거리를 둬왔던 월드컵 경기를 보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웃들이 환호를 내지르길래 인터넷을 찾아보니 프랑스가 골을 넣었더라"며 결국 참지 못하고 TV를 켰고 막판에는 남편도 합류했다고 전했다.프랑스가 18일 결승전에서 아르헨티나를 제압한다면 1998년, 2018년에 이어 세 번째로 우승 트로피를 품게 되며 이탈리아, 브라질에 이어 월드컵 2연패를 이룬 역대 세 번째 나라가 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