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없다] ③관정 파고 저수지 준설 확대 시급…"물 통합 관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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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전년 대비 강수량 60%대…지자체, 비상 상황 인식하고 대비해야
"모내기 못 하는 가뭄 곧 온다…업무 일원화 해 탄력적 관리 필요" [※ 편집자 주 = 농도(農道), 전북의 저수지가 말라가고 있습니다. 낮은 저수지 수위는 농업용수의 한계를 의미합니다.
올해 강수량은 평년과 비교해 낮은 수준입니다.
농한기는 그럭저럭 버틸 만합니다. 영농철로 접어드는 내년 4∼6월에도 그럴까요.
내년 농사를 걱정하는 농민은 벌써 애가 탑니다.
일부 지자체가 '물 다툼'을 벌이는 웃지 못할 상황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하늘만 쳐다볼 수는 없습니다.
연합뉴스는 수심에 찬 농심, 저수율 실태와 가뭄 상황, 겨울 가뭄을 극복하기 위한 대응책을 3차례에 걸쳐 송고합니다.
]
전북 지역 주요 수자원인 섬진강댐의 저수율이 20%를 밑돌자 지자체와 공공기관이 내년 영농을 위한 농업용수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별교부세로 저수지를 준설하고 관정(지하수를 이용하는 수리 시설)을 확충하고 있으나 궁극적으로 '통합 물관리'가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북도는 평년 대비 76.8%, 전년 대비 62.3% 수준인 농업용수량을 근거로 내년 4월 고창, 김제, 정읍, 부안 등 지역 일부 농경지의 용수 공급 차질을 우려하고 있다.
이는 12월 현재 정읍·남원·임실·순창을 관심(약한 가뭄) 지역으로, 고창을 주의(보통 가뭄) 지역으로 분류한 기상청 가뭄 정보 시스템의 정보 값과 유사하다.
1개월 이후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전북도는 영농철에 대비한 농업용수 확보의 필요성을 절감하면서 지난 6월부터 대책을 세우기 시작했다.
65억원(국비 12억원·지방비 53억원)을 들여 관정 504개를 파고 양수장 2곳을 지었다.
저수지 21곳도 준설했다.
지난 11월부터 가뭄 우려 지역에 대한 조사도 벌이고 있다.
밭작물 생육이 부진하거나 농업용수 공급에 차질이 우려되는 지역을 정조준, 지원 사격하기 위해서다.
도는 특별교부세 27억원을 확보해 내년 1월부터 다시 관정과 저수지, 저류지(둠벙) 등을 정비할 계획이다.
논·밭으로 물을 퍼 올리는 양수기 점검도 병행한다. 도내 저수지를 관리하는 한국농어촌공사도 팔을 걷어붙였다.
담수량의 약 80%를 농업용수로 사용하는 섬진강댐의 낮은 수위가 대비책 마련의 동기가 됐다.
지자체와 달리 저수지, 하천의 농업용수를 비축하는 게 농어촌공사의 역할이다.
공사는 내년 1∼3월 김제, 부안, 정읍 지역 저수지 6곳의 저수율을 75∼80% 수준으로 끌어올릴 준비를 하고 있다.
대상은 능제, 백산제, 청호제, 고마제, 수청제, 흥덕제다.
2∼3월은 주요 하천·보에 빗물이나 유수를 가둔 다음 적절한 시기에 개방한다는 '물 조절 계획'도 세웠다.
계절에 따라 물이 넘치고 가무는 시기를 예측, 물을 가두고 방류하는 '시스템'의 중요성을 잘 알아서다.
하지만 지역별, 시기별 강수량 편차가 큰 '기후 위기 시대'에 이를 미리 알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정교한 농업용수 관리 시스템은 '미래 농업의 근간'으로 불린다.
전문가들은 이 근간을 다지기 위한 필수 조건으로 위기의식 절감을 전제로 한 유역 중심의 통합 물관리를 꼽았다.
박승우 대한민국학술원 회원(서울대 명예교수)은 "수많은 계곡으로 쪼개진 우리나라 지형상 유역별로 물을 관리해 필요한 곳이 물을 끌어다 대는 유연한 통합 물관리가 필요하다"며 "쉽게 말해 곳간(수문)을 지키는 관리자를 잘 써야 적은 물로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조만간 모내기를 못 할 정도로 저수지가 말라버리는 상황이 온다"며 "전체 물의 양은 부족한데 이걸 나누어 써야 하는 상황이니 국가, 지자체, 농민 모두가 가뭄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모 한 포기라도 살리겠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사회단체는 나아가 통합 물관리 계획 수립을 요구했다.
전북환경운동연합 이정현 사무처장은 "농업용수를 관리하는 부처가 여기저기로 나뉘어 있으니 환경부로 업무를 일원화하고 국가 물관리 기본법을 바로 세우는 일이 중요하다"며 "그런데 가뭄과 홍수의 우려를 줄이는 탄력적인 물관리 대책이 사라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 섬진강댐이 범람한 이유도 댐 수위 관리에 실패했기 때문"이라며 "기본적인 기후 변화 시나리오에 맞게 강우량, 강설량 등을 적절하게 관리하는 시스템이 이제는 장착돼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모내기 못 하는 가뭄 곧 온다…업무 일원화 해 탄력적 관리 필요" [※ 편집자 주 = 농도(農道), 전북의 저수지가 말라가고 있습니다. 낮은 저수지 수위는 농업용수의 한계를 의미합니다.
올해 강수량은 평년과 비교해 낮은 수준입니다.
농한기는 그럭저럭 버틸 만합니다. 영농철로 접어드는 내년 4∼6월에도 그럴까요.
내년 농사를 걱정하는 농민은 벌써 애가 탑니다.
일부 지자체가 '물 다툼'을 벌이는 웃지 못할 상황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하늘만 쳐다볼 수는 없습니다.
연합뉴스는 수심에 찬 농심, 저수율 실태와 가뭄 상황, 겨울 가뭄을 극복하기 위한 대응책을 3차례에 걸쳐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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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지역 주요 수자원인 섬진강댐의 저수율이 20%를 밑돌자 지자체와 공공기관이 내년 영농을 위한 농업용수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별교부세로 저수지를 준설하고 관정(지하수를 이용하는 수리 시설)을 확충하고 있으나 궁극적으로 '통합 물관리'가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북도는 평년 대비 76.8%, 전년 대비 62.3% 수준인 농업용수량을 근거로 내년 4월 고창, 김제, 정읍, 부안 등 지역 일부 농경지의 용수 공급 차질을 우려하고 있다.
이는 12월 현재 정읍·남원·임실·순창을 관심(약한 가뭄) 지역으로, 고창을 주의(보통 가뭄) 지역으로 분류한 기상청 가뭄 정보 시스템의 정보 값과 유사하다.
1개월 이후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전북도는 영농철에 대비한 농업용수 확보의 필요성을 절감하면서 지난 6월부터 대책을 세우기 시작했다.
65억원(국비 12억원·지방비 53억원)을 들여 관정 504개를 파고 양수장 2곳을 지었다.
저수지 21곳도 준설했다.
지난 11월부터 가뭄 우려 지역에 대한 조사도 벌이고 있다.
밭작물 생육이 부진하거나 농업용수 공급에 차질이 우려되는 지역을 정조준, 지원 사격하기 위해서다.
도는 특별교부세 27억원을 확보해 내년 1월부터 다시 관정과 저수지, 저류지(둠벙) 등을 정비할 계획이다.
논·밭으로 물을 퍼 올리는 양수기 점검도 병행한다. 도내 저수지를 관리하는 한국농어촌공사도 팔을 걷어붙였다.
담수량의 약 80%를 농업용수로 사용하는 섬진강댐의 낮은 수위가 대비책 마련의 동기가 됐다.
지자체와 달리 저수지, 하천의 농업용수를 비축하는 게 농어촌공사의 역할이다.
공사는 내년 1∼3월 김제, 부안, 정읍 지역 저수지 6곳의 저수율을 75∼80% 수준으로 끌어올릴 준비를 하고 있다.
대상은 능제, 백산제, 청호제, 고마제, 수청제, 흥덕제다.
2∼3월은 주요 하천·보에 빗물이나 유수를 가둔 다음 적절한 시기에 개방한다는 '물 조절 계획'도 세웠다.
계절에 따라 물이 넘치고 가무는 시기를 예측, 물을 가두고 방류하는 '시스템'의 중요성을 잘 알아서다.
하지만 지역별, 시기별 강수량 편차가 큰 '기후 위기 시대'에 이를 미리 알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정교한 농업용수 관리 시스템은 '미래 농업의 근간'으로 불린다.
전문가들은 이 근간을 다지기 위한 필수 조건으로 위기의식 절감을 전제로 한 유역 중심의 통합 물관리를 꼽았다.
박승우 대한민국학술원 회원(서울대 명예교수)은 "수많은 계곡으로 쪼개진 우리나라 지형상 유역별로 물을 관리해 필요한 곳이 물을 끌어다 대는 유연한 통합 물관리가 필요하다"며 "쉽게 말해 곳간(수문)을 지키는 관리자를 잘 써야 적은 물로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조만간 모내기를 못 할 정도로 저수지가 말라버리는 상황이 온다"며 "전체 물의 양은 부족한데 이걸 나누어 써야 하는 상황이니 국가, 지자체, 농민 모두가 가뭄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모 한 포기라도 살리겠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사회단체는 나아가 통합 물관리 계획 수립을 요구했다.
전북환경운동연합 이정현 사무처장은 "농업용수를 관리하는 부처가 여기저기로 나뉘어 있으니 환경부로 업무를 일원화하고 국가 물관리 기본법을 바로 세우는 일이 중요하다"며 "그런데 가뭄과 홍수의 우려를 줄이는 탄력적인 물관리 대책이 사라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 섬진강댐이 범람한 이유도 댐 수위 관리에 실패했기 때문"이라며 "기본적인 기후 변화 시나리오에 맞게 강우량, 강설량 등을 적절하게 관리하는 시스템이 이제는 장착돼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