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C가 과학·경제 혁신"…세계는 양자컴 개발에 '사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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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X 경쟁력 좌우하는 고성능 컴퓨터산업계의 디지털 대전환(DX)이 가속화하면서 슈퍼컴퓨터 등 고성능 컴퓨터(HPC)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같은 기술이 보편화하면서 데이터 처리 능력과 속도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어서다. 삼성 현대자동차 LG SK 등 국내 주요 기업도 슈퍼컴퓨터를 보유하고 있다. 국내에 대략 1000대 이상의 HPC가 설치된 것으로 추정된다. 100페타플롭스(초당 1000조 번의 연산 처리가 가능한 컴퓨터 성능 단위) 성능의 슈퍼컴퓨터 한 대는 일반 개인용 PC 1000만 대를 합친 것과 비슷한 성능을 지니고 있다.
글로벌 HPC시장, 2030년 84조원 예고
슈퍼컴보다 1억배 빠른 양자컴에 주목
유럽 최대 HPC업체 아토스의 노딘 비망 최고경영자(CEO)는 “HPC는 비즈니스, 사회 및 글로벌 경제 전반의 혁신을 주도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한다”며 “HPC가 21세기 과학 및 경제 주권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베리파이드마켓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HPC 시장은 지난해 기준 45조2000억원 규모에서 2030년 84조5000억원대로 연평균 7.2% 성장할 것으로 점쳐졌다.산업계의 DX 속도가 빨라지면서 세계 산업계와 과학계는 슈퍼컴퓨터보다 1억 배 빠른 것으로 알려진 양자컴퓨터에도 주목하고 있다. 양자컴퓨터는 연산 방식이 기존 컴퓨터와 완전히 다르다. 일반 컴퓨터는 0과 1의 이진법에 따른 디지털 신호로 작동하지만, 양자컴퓨터는 0도 아니고 1도 아닌 중첩 상태를 표현해 복잡한 계산을 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특히 복잡한 계산을 한꺼번에 많이 처리하는 ‘병렬처리’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2019년 미국에서 개발된 양자컴퓨터가 슈퍼컴퓨터가 1만 년 걸리는 문제를 단 3분20초 만에 풀어내 화제가 됐다. 인간 DNA에 있는 30억 개 염기쌍을 분석하는 인간 게놈 분석도 기존 슈퍼컴퓨터로는 한 달 이상 걸리지만 양자컴퓨터로는 1시간 내 가능하다.
아직 양자컴퓨터 상용화까진 10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미국에선 구글과 IBM이, 유럽에선 아토스가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양자컴퓨터 연구로 올해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알랭 아스페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 연구원, 안톤 차일링거 오스트리아 빈대 교수가 아토스 고문이다. 중국도 막대한 정부 지원에 힘입어 이들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포천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양자컴퓨터 시장 규모는 2030년 약 6조2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아토스는 양자컴퓨터 응용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낸다. 아토스는 양자컴퓨터 없이도 양자 알고리즘(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는 ‘양자 시뮬레이터’인 퀀텀러닝머신(양자학습기계)을 2018년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 독일의 제약사 바이엘은 기존 컴퓨터로는 질병 분석에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되자 아토스 양자 시뮬레이터를 도입해 이를 해결했다. BMW도 복잡한 시뮬레이션을 비롯해 신소재 개발, 자율주행 고도화 등에 아토스 양자 시뮬레이터를 사용하고 있다. 이 밖에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도 아토스 HPC를 활용해 복잡한 문제를 풀고 있다.아토스 HPC와 양자컴퓨터는 기상 예측과 백신 개발에도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 유럽 기상청은 아토스 기술을 이용해 지구를 똑같이 가상에서 구현한 ‘디지털트윈 지구’를 만들어 기후 변화를 예측하고 있다. 에마뉘엘 르루 아토스 부사장(사진)은 “유럽의 모든 지역을 10㎡ 단위로 쪼개 실제와 똑같이 재현해 시뮬레이션하고 있다”며 “코로나19 관련 백신 개발에도 아토스 HPC가 가장 많이 활용됐다”고 말했다.
베종=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