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원 이스트소프트 대표 "IT기업 '신발 속 돌멩이' 치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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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선 본업 무관한 비용 과도“국내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신발 속 돌멩이를 치우는 역할을 하겠습니다.”
규제 탓에 컨설팅비만 수억원
스타트업, 벌금 내고 때우기도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KOSA) 산하 서비스혁신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임된 정상원 이스트소프트 대표(사진)는 1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KOSA는 지난 3월 용역과 납품 중심이던 국내 소프트웨어산업 구조가 서비스와 구독 위주로 바뀌는 점을 반영하기 위해 서비스혁신위원회를 꾸렸다. 이 위원회에는 이스트소프트 등 업력이 오래된 회사도 있지만 에이블리(패션 쇼핑몰), 드라마앤컴퍼니(명함앱 리멤버) 등 스타트업도 다수 가입했다.
정 대표는 “기업들이 본업과 관계없이 회사 유지에 들어가는 비용이 지나치게 많다”며 국내 자본시장 관련 규제를 다수 지적했다. 상장사의 경우 연결 자회사가 하나만 있어도 적용해야 하는 내부회계관리제도를 대표 사례로 꼽았다.
그는 “기술특례기업으로 상장한 적자 회사들도 회계법인을 고용해 컨설팅비로 수억원씩 지출해야 한다”고 전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매출과 이익 규모를 고려하는데, 한국에선 자산 규모나 자회사 유무를 기준으로 판단해 기업 현실과 괴리가 생긴다”고 정 대표는 주장했다.금융감독당국과 거래소 등이 기업의 공시·감사 관련 문제를 해소하도록 유도하지 않고 벌금, 과징금 등으로 제재하는 것에도 그는 불만을 나타냈다. 정 대표는 “한국에서는 회계법인의 검토의견을 처음 받았을 때 동의하지 않는 비율이 90%를 넘는다”며 “잘못을 인정하는 순간 제재 대상이 되니 무조건 방어적으로 싸우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타트업이 임직원 보상책으로 자주 사용하는 스톡옵션이 평가액만으로 높은 세율의 소득세 부과 대상이 됐다가 막상 주가 하락 등으로 스톡옵션을 실행하지 못하게 됐을 때는 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것도 불합리하다고 그는 밝혔다.
보안 관련 규제도 손볼 점이 있다고 했다. 정 대표는 “고객 수가 많거나 매출이 일정 규모 이상이면 정부의 정보보호 관리체계 인증(ISMS)을 의무로 받아야 하는데, 급격히 성장하는 플랫폼 스타트업은 준비가 어려워 벌금만 내고 때우는 사례가 적잖다”고 전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