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10명 중 7명은 여성...美 스크립스가 밝힌 이유는

특정 화학반응, 여성에서 더 많아
특정 화학반응이 뇌에서 신호전달 기능을 하는 시냅스를 망가뜨려 알츠하이머 치매를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SNO(S-nitrosylation)'라는 화학반응이다. 남성보다 여성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의 뇌에서 이 같은 반응이 더 많이 나타났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스크립스연구소는 최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Science Advances'에 단백질의 SNO 변형이 질환의 다양한 과정에 관여할 수 있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특히 시냅스 손상을 일으켜 알츠하이머 치매 발병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했다.

SNO 변형은 산화질소(-NO)가 단백질의 특정 아미노산에 있는 황(S)과 결합하면서 나타나는 화학반응이다. 스크립스연구소는 이를 'SNO 폭풍(SNO-storms)이'라고 표현했다.

스크립스 연구진은 알츠하이머 치매의 원인이 사람의 선천 면역에 기여하는 C3 단백질의 SNO 변형에 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SNO 변형이 가해진 C3가 뇌의 선천 면역세포인 미세아교세포(microglial cell)로 하여금 시냅스를 잡아먹도록 만든다. 이러한 비정상적인 반응이 시냅스 손실을 초래하고, 결과적으로 인지 기능을 악화시킨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SNO는 단백질 간 상호작용과 활성, 활성 저해, 형태 변경에 영향을 준다"며 비정상 단백질 변형을 일으킨 SNO 반응이 다양한 퇴행성 신경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고 했다.

스크립스 연구진은 사망한 사람의 뇌 40개를 분석했다. 절반은 알츠하이머 치매로 인해 사망한 사람의 뇌고, 나머지는 그렇지 않은 사람의 뇌다. 각 군을 다시 남성과 여성으로 구분했다.그 결과 총 1449개의 SNO 단백질을 검출했고, 여성 알츠하이머 치매 사망자의 뇌에서 C3 단백질의 SNO 변형 수치가 남성보다 6배 높은 것을 확인했다.
자료-사이언스 어드밴스, 미 스크립스연구소.
연구진은 "보체 경로(complement pathway)와 관련된 SNO 단백질 변형은 여성과 남성 구분할 것 없이 알츠하이머 치매 사망자에게서 모두 높게 나왔다"며 "특히 C3의 SNO는 주로 여성 알츠하이머 환자에게서 발견됐다"고 했다.

이들은 여성 알츠하이머 치매 사망자 뇌에서의 C3 단백질 SNO 변형 수치가 비(非)알츠하이머 여성 사망자보다 32.4배 높았다고 설명했다. 연구 책임자인 스튜어트 립튼 스크립스연구소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는 보체 시스템을 구성하는 요소의 화학적 변형이 알츠하이머 치매를 일으킨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특히 알츠하이머 치매가 왜 여성에게 주로 영향을 주는지도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폐경 후 감소하고, 이는 뇌에서 산화질소의 상승을 과도하게 유발해 결과적으로 C3 단백질의 SNO 변형을 일으킨다고 설명했다.

알츠하이머 치매는 환자 10명 중 7명이 여성일 정도로, 여성의 발병 빈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