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탄소중립은 가능한가…재생에너지 잠재량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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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재생에너지 잠재량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으며 온실가스 배출량을 정부 목표보다 추가 감축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 재생에너지의 신속한 공급이 중요하며, 실제 재생에너지 설비 비용의 하락을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한경ESG] 스페셜 리포트
탄소중립 달성의 핵심 방안으로 크게 재생에너지원의 확대를 통한 전력 부문의 저탄소화와 수송, 산업 등 주요 배출 부문 사용 연료의 전기화 등이 거론된다. 우리나라의 전력과 산업 부문은 2019년을 기준으로 각각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36%, 37%(직접배출량 기준)를 차지했으며, 이들의 성공적 감축을 달성하는 것이 국가적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데 가장 중요한 과제다. 이 글에서는 우리나라가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재생에너지의 잠재량을 충분히 보유했다는 것을 정량적으로 분석한 사단법인 넥스트의 연구결과를 소개하고 정책적으로 개선할 점을 제언한다. 넥스트는 2020년에 설립한 민간 에너지·환경 정책 싱크탱크로, 계량적 방법과 데이터 분석을 통해 객관적 정보에 근거한 탄소중립 로드맵과 세부 이행 정책을 제안하고 정책 결정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 탄소중립에 필수적 요건과 연구 수요를 고려해 최근에는 재생에너지 잠재량을 반영한 발전원 최적의 믹스와 산업의 탈탄소 전략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온실가스 감축 경로까지 제시한 K-맵
2022년 2월에 공개한 ‘탄소중립시나리오 K-맵(K-Map)’은 넥스트를 포함한 국내 3개 민간 싱크탱크(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녹색전환연구소)와 독일의 에너지·기후변화 민간 싱크탱크인 아고라 에네르기벤데가 공동연구한 탄소중립 시나리오로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2030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상향안보다 더욱 강력하면서도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제시했으며, 전환·산업·건물·수송·농업 부문별로 구체적 달성 방안을 제안했다. 205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경로를 제안하는 것이 기존 연구와 다른 점이다. K-맵에 따르면 우리나라 탄소중립 달성의 핵심 과제로 재생에너지 비중의 확대·건물·수송·산업의 전기화와 수소화가 꼽힌다. 부문별로 핵심 내용을 요약하면, 전환에서는 연평균 18GW 이상(해당 수치는 현 정부의 원자력 확대 등을 고려하면 일부 달라질 수 있음)의 태양광 및 풍력의 보급을 통해 2035년 탈석탄을 달성해야 하며, 산업·수송 등에서는 그린수소 집중 활용을 위한 선제적 인프라 구축, 2030년까지 총 1000만 대 보급을 목표로 전기자동차 등 친환경 수송 수단 보급 그리고 2040년 내연차 판매 금지 조치가 필요하다.
건물과 관련해서는 건축물 그린 리모델링 가속화 및 히트 펌프와 지역난방 보급을 확대하고, 농업에서는 가축 분뇨를 에너지화하는 등 축산의 생산성을 개선해야 한다. 아울러 비용 효과적인 탈탄소전환이 가능하도록 범국가적으로 다양한 혁신적 규제와 지원 프로그램의 도입이 필요하다.
K-맵 시나리오에 따르면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정부 목표보다 2520만 톤(국외 감축과 CCUS까지 고려할 경우 6900만 톤) 추가 감축할 수 있으며, 2050년까지 총 16억3300만 톤을 줄일 수 있다. 이로 인한 온실가스 감축 편익이 연간 50~110조원으로 추정되며 K-맵 시나리오 이행을 위해 필요한 연간 45조원의 투자 비용을 상회해 탄소중립 이행에 대한 투자가 최종적으로 한국 사회에 경제적 이익으로 환원될 것으로 전망된다.재생에너지의 신속한 공급 필요
물론 이를 위해서는 재생에너지의 신속한 공급이 최우선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2022년 8월에 공개한 제10차 전력 수급 기본계획(이하 제10차 전기본) 실무안에서는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이 2022년 28.9GW에서 2030년 71.5GW, 2036년 107.4GW로 큰 폭의 확대가 필요함을 언급하고 있다. 최근 넥스트가 미국의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LBNL)와 공동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노후 원전을 20년 수명연장해도 2035년 탈석탄을 위해 태양광 99GW, 풍력발전 73GW를 설치해야 하므로 제10차 전기본보다 더 많은 용량의 신규 재생에너지 설비가 새롭게 추가되어야 한다.
이 연구는 현재까지 발표한 정부의 전원 구성 계획을 준용하면서 재생에너지와 저장장치의 가격이 기술발전을 통해 하락했을 때 2035년 중장기 목표로 확대될 수 있는 청정에너지원의 비중과 그 시점의 효과를 분석하는 것을 목표로 수행되었다. 재생에너지와 저장장치의 가격은 현재 국내 수준에서 지속적으로 감소해 미국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NREL)에서 매년 발표하는 연간기술기준(Annual Technology Baseline, ATB) 2022년 가격 전망에 수렴한다고 가정했다. 국내 발전원의 운영 및 비용 특성과 전력시장의 예비력 운영 기준, 송전 계통이 포함된 국내 전력계통 모델을 구성했는데, 송전 계통의 경우 행정구역을 기준으로 제주도를 포함한 11개 구역과 이를 연결하는 17개 송전선로로 축약해 반영했다. 2030 NDC 상향안에서 발표한 2030년 전환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 목표를 준수하고, 이후 2050 탄소중립에 도달할 수 있도록 배출량을 지속적으로 줄여나가는 것으로 가정했다. 그 결과 제10차 전기본보다 많은 양의 재생에너지를 확보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며, 기술적으로도 가능한 솔루션임을 확인했다. 재생에너지를 증가시켰을 때 태양광과 풍력의 설치비용이 늘어나지만, 그보다 화석연료 구입 비용 감소가 더 크기 때문에 연평균 약 2조원의 절감이 가능할 전망이다. 재생에너지 증가로 인해 전력 수급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2035년 여름과 겨울에 순수요가 가장 높은 기간에 대해 수요를 10% 증가시킨 상황을 분석에 포함했다.
재생에너지 발전 패턴을 과거 7년간의 패턴으로 바꾸어 분석했는데, 결과적으로 수요가 갑자기 증가하고 재생에너지 발전 패턴이 변해도 전력 공급은 문제없이 이루어졌다. 이는 충분한 양의 저장장치가 확보되면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적은 시간대에 저장장치가 그 역할을 대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K-맵 시나리오에서 2050년 태양광 375GW, 풍력발전 190GW가 설치되어 1차 에너지 수요의 50%를 공급해야 하므로 많은 양의 재생에너지가 확보되어야 하는 상황이다. 국내 1차 에너지 소비는 2050년까지 전력화, 효율화 및 인구 감소 결과로서 최종 에너지 소비가 줄어 2018년 대비 22%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내연기관 및 화석연료 보일러 등과 비교할 때 수송, 저온 난방, 냉방, 온수 등 다양한 응용 분야에서 전력을 이용하는 것이 효율적이기에 전력 수요는 2018년 526TWh에서 2050년 1258TWh로 2배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원전이 안고 있는 사고 위험성과 폐기물 처리 문제, 탄소포집 및 활용·저장 기술의 성장 불확실성 등으로 자유로운 재생에너지의 역할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이유다.재생에너지 잠재량 제대로 활용해야
우리나라는 좁은 면적에 천연자원이 적은 나라인 만큼 재생에너지원을 통한 탄소배출 감축 역량이 부족할 것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넥스트의 자체 분석 결과 우리나라가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데 충분한 재생에너지 잠재량을 보유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2022년 상반기 식스티헤르츠와 함께 일반 연구자와 대중을 대상으로 이를 비교적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웹솔루션을 개발하고 공개했다. 이는 국내 비영리 연구 단체가 소셜 벤처와 협업해 개발한 최초의 사례로, 기존 신재생에너지 백서(한국에너지공단, 2020년)에 상세한 데이터가 공개되어 있지 않은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으로 추진되었다.
분석 범위와 잠재량 도출 방법을 소개하면, 신재생에너지 백서에서 공개한 정보를 토대로 대한민국 국토를 격자의 지리 정보 형태로 재구성했으며, 각 격자의 면적에서(1km2) 지리적 혹은 기술적으로 설치가 불가능한 면적을 제외한 후 재생에너지 설비를 설치한다고 가정했다. 태양광의 경우 육상 태양광과 옥상형 태양광 패널뿐 아니라 신재생에너지 백서에는 포함되지 않은 수상 태양광 잠재량 역시 분석 범위에 포함했다. 풍력발전의 경우 육상풍력과 고정식 해상풍력 발전 설비에 부유식 해상 풍력발전의 잠재량도 포함했다.
분석 결과 우리나라가 보유한 태양광의 기술적 잠재량은 약 1117GW(1632TWh)이며, 고정식 해상풍력은 110GW(275TWh), 부유식 해상풍력은 265GW(891TWh)로 확인된다. 기술적 잠재량으로만 보면 국내 총발전량인 576TWh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중요한 것은 이토록 상당한 재생에너지 잠재량을 활용할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을 찾는 것이다. 첫 번째 방안은 재생에너지를 설치할 만한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전국 기초 지자체 중 절반 이상(57%)은 주민의 민원을 미연에 방지 또는 해소하기 위한 것을 주목적으로 조례에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를 도입하고 있다. 과도한 이격거리 규제는 국토 활용도를 현저히 제한할 뿐 아니라 태양광발전 시설의 입지를 이미 개발된 지역이 아닌 자연과 근접한 지역에 위치시킨다는 한계점이 있다.
넥스트가 전국의 기초 지자체를 대상으로 도로 및 주거지역 이격거리의 변화에 따른 태양광 기술적 잠재량을 분석한 결과, 현재의 이격거리 규제는 태양광발전 잠재량을 80% 가까이 제한하는 것을 알 수 있다(‘합리적 이격거리 규제, RE100을 위한 첫 걸음’, 이슈브리프, 2022년 11월). 각 지자체에서 규정한 도로 이격거리 규제만 산업부의 ‘태양광발전 시설 입지 가이드라인’에서 권고하는 100m 이하 수준으로 완화해도 태양광에서만 약 798TWh의 추가 잠재량을 확보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 상향하면 설비비용 하락
이렇게 확보한 재생에너지 기술적 잠재량은 경제성을 획득해야 실제 발전소 건설로 실현되어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기여할 수 있다. 넥스트는 잠재량을 실현할 수 있는 정책 수단에 대해서도 다방면으로 연구하고 있다. 먼저 이슈브리프를 통해 국가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를 상향해 학습 효과(learning effect)를 통해 재생에너지 설비비용의 하락을 이끌어내야 함을 제안한 바 있다. 현재는 재생에너지 가격이 높기에 이 가격이 충분히 하락한 다음 설치하면 총설치비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재생에너지 기술은 실제로 생산하고 설치되어야 기술적 지식이 축적됨으로써 발생하는 학습 효과를 통해 가격이 하락한다.
태양광 모듈처엄 글로벌 마켓에서 거래되는 물품(commodity)은 글로벌 누적 설치량으로 인한 학습 효과 혜택을 누릴 수 있으나, 이를 제외한 나머지 주변 기기(Balance Of System, BOS)와 설치비용은 지역적이며 국가적 학습을 통해서만 비용이 하락하기 때문이다. 또 전체 설비비용에서 태양광 모듈 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기준 24.7%에 불과하기에 우리나라에 누적 설치량을 증가시키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넥스트의 분석에 따르면, 일정한 조건에서 재생에너지 3020(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 20% 달성) 목표를 3040까지 상향하는 경우 2020년 대비 태양광의 균등화발전비용(LCOE)은 31.3원/kWh, 해상풍력의 경우 64.4원/kWh의 하락할 것이다.한편 재생에너지 잠재량이 실제 발전소로 실현되도록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의 안정적 수익 흐름을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은 초기 설치비 소요가 높은 만큼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 필수인데, 20년 이상 장기간에 걸쳐 사업을 영위하므로 수익 안정성이 PF 평가에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시행하는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 제도(RPS)는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에게 발전량에 비례해 재생에너지 공급 인증서(REC)를 발급하고, 이를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게 함으로써 수익을 보전하게 하는 제도다. REC 시장은 크게 계약시장과 현물시장으로 나뉘는데, 현재 고정가격계약 경쟁입찰(태양광 및 풍력)과 한국형 FIT(장기고정가격계약시장, 태양광)를 제외한 나머지 시장에서는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REC 가격의 변동성 또는 계통한계가격(SMP) 및 REC 모두의 변동성에 노출되어 수익이 필연적으로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장기고정가격계약시장 외 시장에 참여하는 경우 수익의 불안정성으로 인해 PF가 원천적으로 어렵거나 높은 금융 비용이 소요될 수 있고, 이는 투자 지연의 원인이 된다. 2020년 기준 장기고정가격계약시장은 전체 RPS REC 시장의 약 14.3%를 차지하므로 이러한 시장 상황에서는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촉진하기 어렵다. 따라서 사업자의 수익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장기간(20년 이상) 고정가격을 보장해주는 계약 형태의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경매 제도로 전환해 재생에너지 사업자 간 경쟁률을 확보, 효율성을 제고하는 방안 등이 필요하다.더 많은 기업이 RE100(재생에너지 100%)을 선언하는 등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가 절실한 상황에서 산업의 입지, 발전소의 부지 보유 수준, 시장 참여자의 경제성과 수익성 확보 등을 고려한 정교하고 실효성 있는 정책 설계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국내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충분한 재생에너지 잠재량이 존재하는 것을 파악한 만큼 넥스트는 앞으로 이를 실현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 수단과 기술적 방안을 모색해나갈 계획이다. 국민인식이 이에 상응하는 방향으로 개선되고 의사결정자의 민첩한 정책적 대응이 수반되기를 기대한다.
김승완 넥스트 대표 겸 충남대 전기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