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터도 못 틀겠네"…전기차 차주들 겨울철 복병에 '초비상'

겨울철 전기차 배터리 효율 낮아지는 탓에
히터, 열선시트까지 끄는 전기차주들
일각선 "저온 주행 거리 표기 의무화해야" 주장
한겨울 강추위가 연일 계속되면서 전기차 차주들이 비상이다. 추위 탓에 전기차 배터리 성능이 저하되면서 주행거리가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겨울철 전기차 주행거리는 상온 대비 20~30%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주행거리가 500km라면 영하 추위가 이어지는 겨울철엔 400km 내외까지 줄어든다. 액체 전해질로 구성된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하는 전기차의 특성상 기온이 떨어질수록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 스마트폰의 리튬이온 배터리가 추워지면 더 빨리 닳는 것과 같은 이치다.히터 역시 전기차 배터리 성능 저하에 한몫한다. 전기차는 엔진 대신 모터가 구동돼 동력이 발생하는데, 엔진 폐열을 이용해 히터를 작동할 수 있는 내연기관차와는 달리 전기차는 모터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히터를 가동하기 위해 별도로 공기를 가열해야 하므로, 추가로 전기가 소모돼 주행거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 전기차 차주는 "겨울이 되니 전비가 뚝 떨어지는 게 눈에 보일 정도다. 일부러 히터도 줄이고 열선시트도 가장 낮은 1단계로 놓고 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상에서는 전기차 전비 효율을 위해 추운 겨울 배터리 소모를 줄이는 노하우가 공유되고 있다. 전기차 차주들 사이에서 "겨울에는 오리털 점퍼를 입고 타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의무 표기 사항 아닌 '전기차 저온 주행거리'

운전자들은 보유한 전기차의 저온시 주행거리가 어느정도인지 파악해놓는 게 좋다. 환경부는 무공해차 통합누리집에 전기차 저온 주행거리를 표기하고 있다. 저온 주행거리는 영하 6.7도가 기준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아이오닉6(롱레인지 2WD 18인치) 주행거리는 상온(25도 기준) 544㎞이나 저온시 주행거리는 428㎞으로 떨어진다. 아이오닉5(2WD 롱레인지19)의 경우 상온에서 469㎞, 저온에서 389㎞이다. 기아 EV6(2WD 18인치)는 상온 483㎞, 저온 446㎞이다. 테슬라의 경우 모델3은 상온 527.9㎞, 저온 440㎞이었으며 모델Y는 상온 348.6㎞, 저온 279.3㎞를 기록했다.

상온과 저온 시 주행거리가 100㎞ 이상 차이가 나는 전기차도 있었다. 한국지엠의 전기차 볼트는 상온에서 414㎞, 저온에선 273㎞밖에 달리지 못했다.폭스바겐의 전기차 ID.4는 상온에서 405㎞지만 저온에선 288㎞로 주행거리가 뚝 떨어진다. 아우디 Q4-e트론 또한 상온에서 357㎞이지만 저온에선 254㎞로 내려앉았다. 메르세데스-벤츠 EQB는 상온 312.6㎞, 저온 225.7㎞로 90㎞가량 떨어졌다.일부 전기차는 환경부 무공해차 통합누리집에 등록되지 않았다. 무공해차 통합누리집에서도 주행거리를 찾아볼 수 없다면 운전자가 차량 후드 안쪽에 기재된 배출가스 표지판을 직접 확인하는 방법도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완성차 제조업체가 전기차의 겨울철 운행에 대비하기 위해 전기차를 소개하는 안내책자 등에 저온 주행 최대 거리도 의무 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다수 완성차 업체가 '동절기 시 배터리 성능 저하로 실 주행거리가 떨어질 수 있다'고 명시했지만, 정확한 저온 주행거리는 표시하고 있지 않아서다. 1회 충전 주행 가능거리(도심, 고속도로, 복합 기준)나 정부 공인 에너지 소비 효율만 표기하고 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소비자가 제조사 홈페이지나 카탈로그(안내책자)에서 정보를 얻는데 저온 주행가능거리가 대부분 표기돼 있지 않아 소비자가 정부기관 홈페이지를 확인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며 "명확한 주행가능 거리를 명시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일부 전기차는 국내 테스트에서 저온 주행거리시 인증을 못 받아 일부러 (저온 주행 가능거리를) 숨기는 경우도 있다. 정부가 저온 주행 시험 결과를 의무적으로 명기해야 한다는 표시 제도를 만드는 것도 검토할 만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