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개수수료, 우리가 더 싸요"…'협회 vs 프롭테크' 눈치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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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수인·임차인에 수수료 안 받겠다" 내세운 한공협부동산 공인중개사를 대표하는 단체는 누가 될까. 부동산 중개 시장에서 한국공인중개사협회(한공협)와 프롭테크(기술 기반 부동산 서비스) 업계가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한공협은 덩치를 키우면서 법정단체 지정을 추진하고 있고, 프롭테크 업계는 자율적인 경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양측 모두 소비자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 다른 방법으로 '중개수수료 인하'를 내세우고 있다. 힘겨루기의 결과에 따라 중개수수료 체계에도 변화가 뒤따를 전망이다.
프롭테크 업계 "매물확보가 경쟁력…매도인에 우대"
거래절벽에 중개시장 어려운데…"시장 자율에 맡겨야" 목소리도
개정안 결과 따라 향후 수수료 부담 주체 결정될 듯
2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한공협은 연내 중개업계 회원 수 2위 새대한공인중개사협회(새대한)과 단일화 작업을 마친다. 두 협회의 단일화로 개업중개사 대부분이 한공협 소속이 될 전망이다.이종혁 한공협 회장은 "하나의 협회가 되어 반드시 '법정단체'를 이뤄내겠다"며 법정단체화 각오를 다졌다. 국내에는 약 50만명이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 이 가운데 개업중개사는 11만9000여명으로, 한공협 소속이 11만4000명, 새대한 소속이 5000명 정도였다.
한공협이 '법정단체'를 추진하고 있는 이유는 중개 시장의 주도권을 잡고, 단속권한도 가질 수 있어서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월 한공협을 법정단체로 바꿔 개업중개사는 협회에 의무 가입하도록 하고 '시장질서 교란 행위'를 단속할 권한을 위탁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공인중개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바 있다. 지자체에 특정 중개사의 자격 정지를 요청할 권한이 한공협에 부여되는 셈이다.
한공협 "법정단체화 입법 추진 총력…매도인만 수수료"
한공협은 법정단체로 전환과 함께 중개수수료 체계를 바꾸는 개편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현재는 매수-매도인, 임차-임대인 모두에게 중개수수료를 받고 있다. 이를 매수인과 임차인에게는 중개수수료를 받지 않고, 매도인과 임대인에게만 중개수수료를 받는 방식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미국식 전속 중개제도에서 나온 수수료 체계다. 현재 이와 관련된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되어 있다.협회 관계자는 "대표성을 띠는 협회가 법정단체가 되면, 새로운 중개수수료 체계가 조기 안착하도록 돕겠다"며 "이를 통해 중개 시장에서 대다수 개업중개사가 매수인과 임차인 친화적인 중개수수료 정책을 펼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이에 대해 프롭테크 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올해 들어 거래가 뜸해지면서 중개수수료는 이미 반토막이 났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수수료가 하향 조정되고 있는데, 이를 법으로 규제하고 협회가 나서서 단속하겠다는 입장을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특히나 프롭테크 업체들은 미국식이 아닌 '매도인·임대인 친화적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국내 시장의 특징상 '매물확보'가 우선이라도 판단했기 때문이다. 직방, 다윈중개, 집토스, 에스테이트클라우드(우대빵) 등은 아파트를 매도하거나 전·월세 임대를 내놓는 이용자에게 수수료를 받지 않거나 수수료 상한 요율의 절반만 받고 있다.
프롭테크 "시장 자율에 맡겨야"
한공협이 법정단체가 되면 매도인에게서 이 수수료를 받고, 매수인에게는 받지 않을 방침이다. 현재 서울에서 아파트를 10억원에 매매할 경우 매도인과 매수인 모두 중개수수료는 0.5%인 500만원을 내야 하지만, 이를 매도인만 내게 한다는 것이다.매도인 중개수수료에 혜택을 주고 있는 프롭테크 업계가 시장을 주도할 경우는 상황이 바뀐다. 공인중개사법을 위반했다며 한공협에게 세 차례 고발당했다가 무혐의 처분을 받은 다윈중개의 경우 같은 조건에서 매도인 수수료는 0원, 매수인 수수료는 350만원을 내게 된다.프롭테크 업계 관계자는 "거래가 얼어붙으면서 최근에는 중개수수료를 아끼겠다고 직거래에 나서는 매수-매도인도 늘고 있다"며 "시장의 흐름에 따라 업계가 전략을 짜면서 나가야 하는데, 일방적으로 미국식 수수료 체계를 밀어붙이는 건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한편 한공협과 프롭테크 업계의 본격적인 힘겨루기는 내년으로 넘어갈 전망이다. 개정안이 두 달째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 문턱조차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해당 법안이 올해 안에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내년에 법안 개정안을 다시 상정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한공협과 프롭테크 업계의 주도권 싸움이 양측의 수수료 정책으로 인해 매도인과 매수인에게도 영향을 주게 됐다"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