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희 경기교육감 "혁신학교 대신 자율학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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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항목은 없앴지만, 자율 운영 가능"임태희 경기교육감(사진)이 “일률적인 혁신학교 보다 학교가 자율적으로 예산을 집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 형식으로 집행되는 현행 혁신학교의 예산 체계를 바꾸겠다는 의미다. 경기교육청이 2009년 김상곤 전 교육감 시절 시작해 이재정 전 교육감 시기까지 줄곧 추진된 혁신학교 정책을 사실상 폐기하는 수순으로 접어들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페이퍼워크 많고, 효과는 미비" 비판
진보 교육감 혁신학교 사실상 폐기 수순
국제 바칼로레아(IB) 도입 가속화
"대학입시 제도에 바뀔 부분 있다"
학생 인성교과서도 만들기로
임 교육감은 20일 경기교육청에서 연말 기자간담회를 열고 “전국 학교의 57%가 혁신학교로 운영되는 상황에서 기존의 '혁신학교 사업비'는 의미가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기존 혁신학교 예산은 학교장 기본 예산으로 배분된다. 2023년도 예산 항목에서 ‘혁신학교’라는 항목이 없어질 뿐, 예산은 배분되므로 기존 혁신학교 체계를 완전히 없애는 건 아니라는 게 임 교육감의 설명이다. 그는 “교육자치 개념에 입각해 (기존 혁신학교가) 학생에게 진실로 좋은 교육이면 교장들이 자율적으로 유지할테고, 그렇지 않으면 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진보 교육감 시절 추진된 혁신학교는 기존 경쟁교육, 암기 교육 대신 토론과 탐구식 수업을 주로하는 공교육 학교를 말한다. 하지만 학생들의 기초 학력이 떨어져 학부모 기피 대상이 되는 등 비판도 많았다.
혁신학교 '존치냐 폐기냐'는 재차 질문에 임 교육감은 “학교 자율로 정하는 게 맞다고 본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럼에도 그는 기존 혁신학교 정책에 대한 대한 부정적 견해를 나타냈다. 임 교육감은 “교사들의 부수업무를 늘리는 정책 중 대표적인 게 혁신학교”라며 “제안서를 내고, 예산을 탄 후 사업비에 맞춰 증빙하고, 결과보고서 까지 쓰는 불필요한 일이 벌어져왔다”고 말했다. 또 “혁신학교 통해 성과가 있었고, 해당 교육을 경기도 전체에 보급하려는 뜻이 있다면 제출해 달라고 (일선 학교에) 요구했지만 단 한 건도 제출되지 않았다”고 했다.
임 교육감은 “(진보 교육감 시절엔) 아이들의 자율을 키워 나간다면서 정작 교육 현장에서 일선 학교에겐 자율이 전혀 없었다”며 “모든 학교를 획일적으로 만든다면 결국 경기 교육에 혁신은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교조 등에서 ‘0교시 부활’이라고 주장하는 9시 등교제 폐지 정책도 결국엔 학교가 자율적으로 정하라는 것”이라며 “일선 학교에서 학생들을 만나봐도 (9시 등교제 폐지가) 괜찮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학생 인성 교과서(가칭)도 개발하기로 했다. 학교에서 벌어지는 갈등이 지금처럼 형사법적으로 해결되는 건 한계가 있고, 현장의 사고 예방을 위해서라도 인성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임 교육감은 “과거 이뤄져왔던 가정에서의 인성 교육이 이제 불가능해졌다"이라며 "말의 의미를 알아듣는 만 5세, 본인의 의사를 표현할 줄 알게 되는 만 8세, 사회성을 인식하는 만 12세 등이 성장 시기마다 알맞는 인성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선 유아 시기 인성함양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며 “이스라엘, 유럽에 참고할만한 모델이 있다”고 했다.
임 교육감의 주요 공약인 국제 바칼로레아(IB)에 대해선 “암기가 아니라 생각의 깊이른 키워주는 교육, 세계에서 통용되는 교육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했다. 우선 IB 교육을 위한 교사를 양성하는 게 목표라는 설명이다. 그는 고교 과정에 IB를 도입하면 학생의 해외 대학 진학을 조장한다는 비판에 대해 "(부작용 때문에) 고등학교만 IB 프로그램에서 제외하자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다"며 "대학입시가 바뀌어야 할 부분이 분명 있다"고 했다. 현행 입시제도는 국제적으로 공인되지 않았고, 공교육에서도 한국식 IB를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는 학생 수가 늘어나는 경기도에 교육예산을 더욱 배분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임 교육감은 “전국 학생 중 28.5%가 경기도에 있다”며 “학생이 줄어드는 광역지자체 학교, 교사를 경기도에 배치하고 예산 분배를 늘리는 운영이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했다. 급식 조리인원을 늘려달란 요구에 대해선 “한 번에 해결할 순 없고, 학생 수 증가에 따라 (교육부) (교육) 교부금 배부액도 늘어야 한다”며 “급식실에서 폐 질환자가 나오는 환경, 건강 문제 만큼은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수원=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