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타리 잉키넨 "어떤 객원 지휘자 오더라도 변치않는 KBS의 색 만들 것"

KBS교향악단 음악감독 취임 1주년

세계가 주목하는 '젊은 거장'
"내년부터 음반 작업도 나설 것"
20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 피에타리 잉키넨 KBS교향악단 음악감독(42·사진)은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지휘자의 생각을 최대한 빨리 흡수하려는 단원들의 개방적인 태도와 뛰어난 연주 실력이 너무나 인상 깊었다”며 “코로나19 사태로 힘겨운 시간이 이어졌는데도 단원들이 매 공연에서 열정적인 연주를 보여줘 너무나 만족스러운 첫 시즌이었다”고 말했다.

핀란드 출신 지휘자 잉키넨은 현재 세계 클래식 음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젊은 거장’으로 통한다. 40대 초반으로 지휘자치고는 나이가 적은 편에 속하지만 직함이 세 개다. 핀란드 명문인 시벨리우스 음악원에서 공부한 잉키넨은 독일 자르브뤼켄의 도이치 방송 교향악단과 일본 재팬 필하모닉 수석지휘자까지 겸임하고 있다.잉키넨은 “방대한 레퍼토리를 소화하면서 우리만의 색깔과 목소리를 공고히 만들어가는 게 목표”라며 “어떤 객원 지휘자가 오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독자적 스타일을 명확히 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했다. 외적으로는 KBS교향악단의 연주 반경을 세계 무대로 키우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 방역 규제가 완화되면서 세계 무대가 다시 열리고 있다”며 “2024년 남미 투어가 예정됐고, 내년 아시아에서의 공연을 시작으로 2025~2026년 유럽 투어에 나서기 위한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부터 잉키넨은 KBS교향악단과 음반 작업에도 나선다. 그는 “시즌당 최소 1장의 앨범을 발매하는 것이 목표”라며 “내년 3월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으로 녹음 작업을 시작한다”고 했다. 잉키넨은 2023년 정기공연에서 말러 교향곡 5번과 베를리오즈 환상 교향곡,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 월튼 교향곡 1번, 베토벤 교향곡 9번 등을 지휘할 예정이다.

내년 10월 무대에 오르는 월튼 교향곡 1번은 잉키넨에게 특히 의미가 깊은 곡이다. 잉키넨이 세계 무대에 첫발을 내딛도록 한 기적의 작품이어서다.“2001년 11월 이 곡으로 헬싱키 필하모닉 공연 리허설에 서게 됐습니다. 지휘자의 건강 이상으로 임시로 들어간 자리였는데, 결국 그 지휘자가 공연 무대에 오르지 못하게 되면서 극적인 데뷔 무대를 갖게 됐죠. 이를 계기로 3개월 뒤 헬싱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의 무대에 다시 서게 됐고, 바로 다음 날부터 런던 에이전트로부터 지휘 요청이 빗발쳤어요. 제게 너무나 특별한 작품을 KBS교향악단과 함께 무대에 올릴 수 있어 더없이 기쁩니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