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도 갖고 싶어했던 시집 '사슴' 초판본, 청와대서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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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춘추관 '문학특별전''별 헤는 밤' '서시' 등을 남긴 일제강점기 시인 윤동주는 문학청년 시절에 시인 백석의 시집 <사슴>을 갖고 싶었다. 책이 귀하던 때다. 이 시집 초판본은 백석이 출판사를 통하지 않고 100부만 한정판으로 만들었다. 가격은 2원. 다른 시집보다 2배가량 비쌌다. 결국 윤동주는 <사슴>을 빌려다가 일일이 손으로 베껴 썼다. 그리고 그 종이를 책 형태로 묶어 소중하게 보관했다.시인 윤동주도 갖고 싶어했던 <사슴> 초판본을 오는 22일부터 청와대 춘추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한국문학관은 21일 이 같은 내용의 '이상, 염상섭, 현진건, 윤동주, 청와대를 거닐다' 특별전시 간담회를 가졌다.이번 전시는 청와대 개방 이후 춘추관에서 진행되는 두 번째 전시이자 2025년 개관을 목표로 설립 준비 중인 국립한국문학관의 첫 번째 전시다.
22일부터 별도 신청 없이 관람 가능
이상·염상섭·현진건·윤동주
작품 초판본 등 희귀본 공개
전시장에서는 북악산과 인왕산 일대를 수놓던 문인들의 주요 작품, 관련 사진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소설가 염상섭의 대표작 <만세전>의 초판본, 현진건의 <조선의 얼굴> 초판본, 이상이 장정한 김기림의 <기상도> 초판본 등 희귀자료가 전시된다. 책 91점과 작가초상 원화 4점, 사진 자료와 신문 자료 각 1점 등 총 97점이다.지금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초호화' 신문 지면도 확인할 수 있다. 소설가 이태준은 조선중앙일보 문예부장을 맡으며 시인 이상과 소설가 박태원, 그리고 자신의 작품을 동시에 실었다. 이들은 당시에는 젊은 신인 작가들이었고 그 중에서 이상의 '오감도'는 '난해하다'는 독자들의 항의에 시달리기도 했다. 국립한국문학관 관계자는 "이태준, 박태원 등이 활동한 문학 동인 '구인회'가 당시 주목받았던 데에는 이태준을 통해 신문 지면에 꾸준히 작품이 발표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이번 전시에서 처음 원본이 공개되는 사진도 있다. '오감도' 등을 쓴 시인 이상, <천변풍경>을 쓴 소설가 박태원, 시인이자 번역가인 김소운이 함께 찍은 흑백 사진이다. 한국 근대 문학의 주요 인물들이 한 자리에 모인 귀중한 장면이다. 김소운 시인의 유족이 국립한국문학관에 기증한 자료다.
권철호 국립한국문학관 기획전시부장은 부장은 "과거 언론을 통해 사진이 공개된 적이 있긴 하지만, 복사본이 아닌 원본이 일반 시민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진이 촬영된 공간이 명확하게 확인됐다는 것도 의미가 있다"며 "그간 촬영 장소가 확실치 않고 이상이 운영한 제비다방 등으로 추측만 무성했는데, 고(故) 김소운 선생의 메모 덕분에 <아동세계> 간행 당시 편집실이라는 점이 분명해졌다"고 설명했다.네 명의 작가 외에도 여성 화가이자 소설가 나혜석의 작품세계도 짧게나마 만나볼 수 있다. 나혜석이 표지 그림을 그린 염상섭의 작품집 <견우화> 초판본 표지 그림 등이 함께 전시됐다.
21일 오후 3시 진행되는 개막식에는 염상섭과 현진건 작가의 유족이 참석해 전시 의의를 설명할 예정이다. 전시에 자문을 한 권영민 서울대 명예교수(문학평론가)를 비롯해 이번 특별전의 후원기관 대표인 김종규 삼성출판박물관장과 강인숙 영인문학관장도 참석한다. 오늘날 활발한 시 창작 활동으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오은 시인과 황인찬 시인이 전시 작가의 대표작을 낭송하는 시간도 갖는다.
춘추관 문학 특별전시는 개막식 다음 날인 22일부터 2023년 1월 16일까지 사전 신청 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입장해 무료로 관람 가능하다. 관람 시간은 휴관일인 매주 화요일을 제외한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