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때 소액주주 보호…'경영권 프리미엄' 받고 주식 팔 수 있다

금융위, 인수합병때 '50%+1주' 공개매수 의무화

대주주와 동일한 가격으로
개미 보유주식 사들여야

공개매수 50%+1주 넘으면
주식 비율대로 매입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도움
영국·독일 등 대부분 도입
정부가 이르면 2024년부터 의무공개매수제도를 도입하기로 함에 따라 인수합병(M&A) 과정에서 대주주만 챙기던 ‘경영권 프리미엄’을 상장사 소액주주도 일부 공유할 길이 열리게 됐다. 투자은행(IB)업계에선 그동안 경영권 거래 과정에서 철저하게 외면됐던 소액주주도 거래의 주요 파트너로 떠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주주 설득이 전부였던 상장사 M&A 전략이 한층 소액주주 친화적으로 바뀔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소액주주도 경영권 프리미엄 공유

그간 국내 M&A 시장에서 대주주들은 막대한 경영권 프리미엄을 챙겨왔다. 2016년 KB금융지주가 현대증권(현 KB증권) 지분 22.56%를 인수하면서 지배주주는 주당 2만3182원에 매각했지만, 소액주주에겐 주당 6737원의 주식매수청구권이 부여됐다. 미래에셋증권이 대우증권을 인수할 때도 지배주주에게는 주당 1만6518원을 지급했지만, 소액주주에겐 이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7999원의 주식매수청구권을 줬다.

지난해 IMM프라이빗에쿼티(PE)가 한샘 경영권을 인수하면서 국내에도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논란에 불이 붙었다. 당시 IMM PE는 한샘의 창업주와 특수관계인 지분 약 27%를 주당 22만원에 사들였다. 이는 M&A 발표 전날 종가 11만7500원의 두 배에 가까운 금액이었다. 하지만 경영권 교체 후 주가는 급락했고, 최근엔 4만원대로 폭락했다. “경영권 거래를 통해 최대주주만 배를 불렸다”는 소액주주의 불만이 나온 배경이다.

전문가들은 국내에도 의무공개매수제도가 도입되면 이런 소액주주의 피해가 상당히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대주주와 동일한 가격으로 일정 규모 지분을 매각할 기회를 얻게 되기 때문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의무공개매수제도가 도입되면 경영권 거래 과정에서 소액주주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며 “소액주주 친화적인 M&A 전략의 필요성도 한층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도 도움

국내 자본시장 참여자들은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소액주주 보호 방안 미비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의 주요 요인으로 지목돼온 만큼 이번 제도 개편은 해외 투자자의 국내 증시 유입을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은 자본시장 선진화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의무공개매수제도는 영국 독일 일본 등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도입했다. 영국 독일은 30% 이상의 지분을 취득할 경우 잔여 주식 모두를 인수하게 돼 있다. 일본도 전체 주식 3분의 2 이상 취득할 경우 100% 지분을 인수해야 한다.

미국은 의무공개매수제도가 명문화돼 있지 않지만 이사회 역할, 발달한 소송 제도 등을 통해 M&A 때 소액주주가 보호받는다는 평가다. 제도가 강제되지 않음에도 경영권 거래를 할 때 자발적으로 매수자가 공개매수를 통해 100% 지분을 인수하는 경우가 많다. 2017년 삼성전자가 미국 자동차 전장회사인 하만을 인수할 때도 지분 100%를 사들였다.

○“일부 제도 허점은 문제”

금융위원회가 도입하려는 의무공개매수제도에는 일부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무공개매수 비율이 50%+1주에 그친 있는 것이 해외에 비해 미흡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25% 미만의 경영권 지분 거래를 통해 제도를 우회할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상장사들 사이에선 기업의 효율적 구조조정과 우호적 경영권 거래 등이 위축되면서 M&A 시장의 비효율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의무공개매수 비율을 50%+1주로 정한 것은 국내 M&A 시장 위축이 불가피할 것이란 업계 우려를 반영한 것”이라며 “제도가 안착되면 지분 인수 비율을 높일지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