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긱스가 꼽은 올해 '뜨고, 진' 스타트업 대표는 누구? [긱스]

배기식, 리디로 첫 콘텐츠 유니콘 등극
이승재, 오늘의집 1년 반 만에 몸값 3배
김동호, 캐시노트로 자영업자 경영 지원

신호식, 트릿지로 농축수산 데이터 혁명
기업가치 3.6조 … 델몬트·월마트 러브콜

권도형, 암호화폐 테라 사태로 검찰 수사
이두희, 경영진 간 갈등 문제 '논란'
부릉·샌드박스 업계 1위 달리다 경영난
생존. 올해 국내 스타트업 업계의 핵심 키워드로 꼽을 만한 단어다. 투자 시장이 크게 위축되고, 경기 침체 조짐이 보이면서 상당수 스타트업은 버티는 것도 버거워졌다. 그럼에도 일부 스타트업은 뛰어난 비즈니스 모델을 내세워 성장했고, 관련 산업의 혁신을 이끌었다. 한경 긱스(Geeks) 기자들은 올 한 해를 되돌아보며 ‘뜨고 진’ 스타트업 대표들을 꼽아봤다. 좋은 성과로 주목받은 기업인도 많았지만 시장 침체와 함께 경영에 큰 어려움을 겪은 기업인들도 적지 않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국 유니콘이 다양해졌다

올해도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이 여럿 탄생했다. 뜬 스타트업 대표 10명 중 4명이 유니콘 기업을 일궈낸 창업자들이다. 콘텐츠 플랫폼 업체 리디는 지난 2월 1200억원을 투자받으며 유니콘 기업에 등극했다. 국내 콘텐츠 플랫폼 스타트업으로는 최초다. 삼성전자 벤처투자팀 출신인 배기식 대표가 설립한 리디는 디지털 콘텐츠 플랫폼 '리디'를 운영하고 있다. 리디는 최근 유명 일본 추리 소설가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작 <희망의 끈>을 전자책으로 단독 선출간하는 등 콘텐츠 사업을 강화 중이다.

이승재 대표가 이끄는 버킷플레이스는 올 초에 유니콘 기업 반열에 올랐다. 인테리어 플랫폼 ‘오늘의집’을 운영하는 이 회사는 지난 5월에는 올 상반기 기준 국내 스타트업 가운데 최대 투자금(2300억원)을 확보하기도 했다. 기업가치가 1년 6개월 만에 세 배 이상 급증했다. 버킷플레이스 최근 해외 사업도 강화하고 있다. 올해 일본에서 홈 커뮤니티 서비스 ‘오하우스(O!House)’의 시험 서비스를 내놨다. 오늘의집의 일본어 버전이다. 잘 꾸며진 집을 사진으로 보여주는 ‘온라인 집들이’ 서비스에 가구 판매를 연결하는 오늘의집의 ‘콘텐츠-커머스 모델’을 그대로 구현했다.
자영업자 경영관리 서비스 ‘캐시노트’로 알려진 한국신용데이터(KCD)도 지난 7월 유니콘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연쇄창업자인 김동호 대표가 창업한 한국신용데이터는 국내 자영업자·소상공인 대상 경영관리 서비스 시장 1위 업체다. 최근 미국의 결제·금융 서비스 기업 파이서브의 한국 지사 파이서브코리아를 인수하기도 했다. 이달에는 경기지역경제포털에 소상공인 카드 매출 추이 데이터 등 신규 데이터 3종을 추가 공급하며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농축수산물 데이터 전문업체 트릿지는 지난 8월 기업가치 3조6000억원을 인정받으며 유니콘 기업이 됐다. 국내 농축수산물업계 최초로 유니콘 기업이 됐다. 트릿지는 자체 구축한 농산물 데이터 플랫폼 등으로 시장의 정보 비대칭과 비효율을 줄이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델몬트, 월마트, 까르푸, 호주 농림부, 싱가포르 식품청, 맥킨지 등 다양한 기업과 정부 기관이 주요 고객사다. 신호식 트릿지 대표는 “글로벌 공급망 붕괴, 애그플레이션(농산물 가격 급등) 등 여러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시장에서도 인정받은 기술과 서비스

독점 기술과 혁신적 서비스로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낸 국내 스타트업도 있었다. 인공지능(AI)이 수학 문제를 풀어주는 교육 앱 ‘콴다’는 가입자 수가 지난 10월 7000만 명을 돌파했다. 국내 스타트업이 만든 앱이 한국 인구 수를 넘어선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국내 인터넷 서비스 중에서 네이버, 카카오, 크래프톤 등 일부 대기업만 가입자 7000만 명 이상을 확보한 앱을 운영 중이다. 콴다 운영사인 매스프레소는 인천과학고 동기인 이용재 대표와 이종흔 공동 창업자가 2015년 설립했다. 매스프레소는 베트남에서 실시간 온라인 강의 프로그램 ‘콴다 스터디’도 운영하는 등 회사 사업도 강화하고 있다. 천정희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가 2017년에 세운 크립토랩은 세계 최고 수준의 동형암호(同形暗號) 전문 기업이다. 동형암호는 정보를 암호화한 상태에서 데이터를 분석하는 기술이다. 그만큼 보안 수준이 높다.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 IBM이 올해 3월 립토랩의 기술을 자사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에 적용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내 토종 기술이 글로벌 표준을 주도할 발판을 마련했다는 의미가 있다. 크립토랩은 기술력을 인정받아 올 7월 시리즈A(사업화 단계) 투자에서 210억원 규모의 자금을 유치했다.

전통 산업을 혁신한 다양한 스타트업도 올해 성장세를 보였다. 그린랩스는 농업 데이터 플랫폼 ‘팜모닝’을 운영한다. 농작법 자료, 정부 보조금, 농산물 경매 시세 등 농업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 올해 이용자 70만 명을 넘겼다. 국내 농가 규모(130만 가구)를 고려하면 전체의 절반 이상이 팜모닝을 쓰는 셈이다. 안동현 그린랩스 대표는 “농민들의 소득을 끌어올려 농업이 사양 산업에서 유망 산업으로 변할 수 있게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린랩스는 최근 정부의 '2022 중소기업 경영혁신대회'에서 경영혁신 유공자로 선정돼 대통령 산업포장을 받았다.

“우리가 전통산업 혁신한다”

12월 3일 대치동 섬유회관에서 열린 '밸류맵X알스퀘어 2022 프롭테크 빅데이터쇼'에 300여명이 참석했다. 알스케어 제공
알스퀘어는 최근 주목받고 있는 프롭테크(부동산기술) 스타트업이다. 상업용 부동산 데이터를 전문적으로 모으면서 중개, 인테리어 사업 등도 펼치고 있다. 지난 7월 기준 상업용 부동산 누적 거래액이 7조원을 돌파했다. 알스퀘어가 확보한 국내외 상업용 부동산 빌딩 수는 30만 곳을 넘었다. 이용균 알스퀘어 대표는 컨설팅 회사에 근무하다 스타트업을 먼저 설립한 선배의 권유로 창업에 나섰다. 이 대표는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 발전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아 정부의 '2022년 소프트웨어 산업 발전 유공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도넛 브랜드 ‘노티드’로 유명한 GFFG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외식 전문 스타트업이다. 노티드 등을 포함해 9개의 외식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식품·유통기업뿐만 아니라 금융, 정보기술(IT)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과 협업해 MZ세대(밀레니얼+Z세대) 트렌드를 선도하는 업체로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GFFG는 30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이준범 GFFG 대표는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은 첫 번째 투자를 발판 삼아 해외에 첫발을 내딜 준비를 하고 있다”며 “신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겠다”고 했다.

네이버 최고기술책임자(CTO) 출신인 송창현 대표가 창업한 포티투닷은 국내 스타트업 업계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자율주행 전문 기업인 이 회사를 지난 8월 현대차가 4200억원에 인수하면서다. 국내 대기업이 인수한 국내 스타트업 가운데 최고액이었다. 벤처캐피털(VC)업계 관계자는 “기업공개(IPO) 중심의 국내 투자 자금 회수 시장 환경에서 상당수 스타트업이 엑시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대부분 IPO까지 버티기 어렵기 때문에 미국처럼 인수합병(M&A)이 활발해야 스타트업 생태계가 탄탄해진다”고 설명했다.

올해 고개를 숙인 유명 스타트업 창업자들

올해 이미지가 크게 구겨진 스타트업 창업가도 있었다. 암호화폐 테라·루나 발행사인 테라폼랩스의 권도형 대표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지난 5월 테라·루나의 가치 폭락은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을 흔들어놓기도 했다. 한때 시가총액 50조원을 넘겼던 루나의 가치는 99% 이상 떨어지며 휴짓조각이 됐다.
이두희 멋쟁이사자처럼 대표도 가상자산 시장에서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는 대체불가능토큰(NFT) 거래소 오픈시에서 클레이튼 계열 자산 가운데 가치 1위까지 올랐던 NFT 프로젝트 메타콩즈에 CTO로 참여했다. 하지만 프로젝트 운영 부진, 해킹 사건 등의 악재로 메타콩즈 가치는 급락했다. 다른 경영진은 이 대표를 횡령, 업무상배임, 사기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업계 1위를 달리던 일부 스타트업은 올해 경영난을 겪기도 했다. 국내 배달 대행 1위 서비스 부릉을 운영하는 메쉬코리아는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해 올 상반기에 대규모 인력 구조 조정에 나섰다. 하지만 창업자 유정범 의장은 추가 투자금을 유치하지 못해 결국 지난달 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구글코리아 출신의 이필성 대표가 창업한 스타트업 샌드박스네트워크는 최근 감원과 사업부 매각·축소에 돌입했다. 국내 유명 유튜버들을 다수 확보한 다중채널네트워크(MCN) 업체인 이 회사는 무리한 사업 확장에도 추가 투자 유치는 실패하면서 경영난에 빠졌다. 인사관리(HR) 플랫폼업체 원티드랩의 이복기 대표는 지난 10월 직원을 폭행해 구설에 올랐다.

참 한 가지 더

스타트업 정보 전문 서비스 혁신의 숲을 운영하는 마크앤컴퍼니가 자체 데이터를 분석해 최근 발표한 '2022 혁신의 숲 어워즈' 수상 기업도 올해 좋은 성과를 보인 스타트업들이다.
혁신의 숲 제공
혁신성장상(네이버클라우드상)을 받은 메라키플레이스는 비대면 진료 플랫폼 '나만의닥터'를 운영하고 있다. 나만의닥터는 비대면 진료·처방, 약 배송까지 원스톱으로 이용할 수 있는 앱이다. 편리한 사용 방법, 전문 의료진 확보 등으로 고객 컨시어지 서비스를 제공해 사용자 수와 거래액에서 큰 폭의 성장했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트래픽, 소비자거래액, 고용인원 통합 월평균 성장률이 37.3%에 달했다.

빌리지베이비는 거래성장상(고위드상)을 받았다. 빌리지베이비는 임신육아 콘텐츠 및 커머스 플랫폼 '베이비빌리' 를 운영 중이다. 현재 국내에서 40만 명의 부모가 사용하고 있다. 혁신의숲 데이터 기준으로 1월부터 8월까지 월평균 소비자거래액이 43.8%로 총 12.8배 성장이라는 성과를 기록했다.

트래픽 성장상(AWS상)을 받은 하우스미디어는 리빙 라이프스타일 숏폼 리뷰 커머스 플랫폼 하우스앱을 운영한다. 하우스앱은 이용자 관심사 별 취향을 담은 제품 또는 여행지, 맛집 정보, 숏폼 리뷰 등의 영상을 제공해 구매까지 연결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혁신의숲 데이터 기준 1월부터 8월까지 월평균 트래픽 성장률이 16.8%로 총 올해 3배 성장했다. 타임앤코는 조직성장상(마크앤컴퍼니상)을 받았다. 이 회사는 습관형성을 위한 콘텐츠 구독 서비스 롱블랙을 운영한다. 매일 자정에 발행되는 콘텐츠를 24시간 안에 읽지 않으면 읽을 기회가 사라지면서 사용자가 매일 콘텐츠를 읽는 습관을 형성하는 새로운 방식의 구독 서비스를 내놨다. 혁신의숲 데이터 기준으로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고용인원 월평균 성장률이 11.4%로 총 2.1배 늘었다.

한경 긱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