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호 칼럼] 부자들은 이것을 절대 과소평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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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시한부 인생인 고교 화학교사가 가족을 위해 목돈을 마련하려다 마약왕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그린 미국 드라마 《브레이킹 배드》. 이 드라마의 주연을 맡은 브라이언 크랜스톤은 그전까지는 평범한 중년의 조연배우에 불과했다. 그가 배우의 물망에 올랐을 때, 영화사 간부들은 한 번도 주연을 맡아본 적 없는 그를 못 미더워했다. 그래서 다른 배우 두 명에게 주연 자리를 제안했지만 그들은 출연을 고사했고, 담당 프로듀서가 크랜스톤을 다시 강력히 추천하게 된다. 만일 이런 운이 따르지 않았다면, 에미상(Emmy Award)을 네 차례나 수상한 명배우 크랜스톤은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럴 때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말이 있다. “그참! 운도 좋네”
성공에서 운은 가장 쉽게 간과된다. 자신의 실패를 설명할 때는 “운이 나빴다”고 말하는 반면, 성공의 요인을 짚을 때는 운의 영향을 과소평가한다. 그런데 이 운빨의 성공학을 연구해서 이그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연구팀이 있다. 이탈리아 카타니아대 연구진은 성공하기 위해선 재능이 어느 정도 필요는 하지만, 재능이 출중하더라도 사회의 정점에 이르는 비율은 의외로 적다는 사실을 계량적으로 증명했다. 논문에 따르면, 일반적 수준을 넘어선 큰 성공은 높은 지능, 많은 재능,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아닌 남보다 현격히 운이 좋은 사람이 차지할 확률이 높았다. 연구진은 성공의 조건을 이렇게 분석했다. “우리는 재능과 의지가 성공의 근간이라고 믿고 있지만 틀렸다. 운이 차지하는 비중을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운에 대한 태도를 바꿔야 한다. 가장 좋은 사례 중 하나가 워런 버핏이다. 투자 수익률만 놓고 보면 그를 역대 최고 투자자라고 말할 수 있으나 투자 경력에서 운의 역할이 크게 작용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빌 게이츠에 대해서도 같은 주장을 할 수 있다. 게이츠가 하버드 대학을 그만두고 컴퓨터 시스템을 설계하기로 한 결정은 상당히 위험했다. 그는 아주 똑똑하고 열심히 일하며 헌신적이었지만, 그런 자질을 갖춘 사람들은 수없이 많았다.
핵심은 아무리 많은 분석이나 연구를 하더라도 그걸 바꿀 수는 없다는 거다. 즉 성공이나 실패를 이성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투자와 성공에는 항상 행운의 여신이 관여하니까.
스탠퍼드대학의 존 크럼볼츠 교수가 비즈니스, 스포츠, 예술, 정치, 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부와 사회적 성공을 누리고 있는 사람들을 조사한 결과, 그들이 큰 고비에 직면했거나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했을 때 이를 헤쳐나갈 수 있었던 요인의 80퍼센트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우연한 사건과의 만남이었다. 대한민국의 유통 플랫폼에 혁신을 일으키고 자산가가 된 우아한 형제들의 김봉진 대표와 세계적인 아티스트가 된 BTS도 모범 답안처럼 그들의 성공비결이 ‘운’이라고 밝혔다.어디까지가 운이고 어디까지가 실력일까? 확실한 건 어떤 결과가 100퍼센트의 노력이나 실력으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경쟁이 치열할수록 운이 결정적인 역할을 할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경쟁자가 많아질수록 재능 수준이 최고에 가까운 사람 또한 많기 마련이고, 제품과 서비스는 미흡한 부분이 거의 없는 무결점에 가까워진다. 이런 상황에서는 결국 승자는 운이 좋은 사람이 가져가게 된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착안한 부자들은 운 자체를 매우 중요하게 인지한다. 운을 인지하고 일을 하는 것과 그렇지 않고 일을 하는 것은 우리가 생각한 것 이상의 차이를 발생시킨다. 운의 영향력을 무시하거나 자신의 실패를 운이 나쁜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강한 사람들은 주변의 다양한 피드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문제를 개선하지 않는다. 반면 운의 영향력을 인지하는 순간 위대한 이야기의 주인공 행세를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을 이 자리까지 오게 만든 그 일을 끊임없이 노력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이런 태도가 부와 성공의 자리에 계속 머물러 있게 해줄 원동력이 된다.
<한경닷컴 The Lifeist>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경영평론가(ijeong1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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