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민의 HR이노베이션] 헤어질 결심, 더 이상 이유를 묻지 마세요

‘대퇴사 시대(Great resignation)’라고 한다. 많은 직원이 이전보다 훨씬 더 쉽게 회사를 옮긴다. 이직에 대한 정보의 접근성 및 입사지원 절차가 간편해졌다. 또 상당수 대기업이 공개채용을 수시채용으로 전환하면서 거의 매달 이직의 기회가 생기고 있다. 기업들도 인재 육성 전략보다 즉시 현업에 투입할 수 있는 경력사원 채용을 선호하고 있다. 인재 전쟁 시대에 구성원의 이직을 막는 것, 특히 조직에서 필요로 하는 핵심 인재의 유출을 막는 것은 인재 채용만큼이나 중요해졌다.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인사부서에서 하는 일 중에 제일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는 것이 ‘퇴직 면담(Exit interview)’이다. 나가려는 사람을 불러서 왜 나가는지 이유를 찾기 위해 직속 상사부터 시작해서 몇 단계의 인터뷰를 하곤 한다. 이미 인재에 대한 손실이 발생하고 난 이후에 진행되는 사후약방문에 불과하다. 최근에는 이런 퇴직자들의 면담 결과를 데이터로 분석해 퇴직 예측 모델까지 만들고 있다. 이 데이터들을 근본적으로 신뢰할 수 없는 이유는 ‘떠나는 사람은 진실을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회사와 헤어질 결심을 한 구성원은 그냥 쿨하게 보내주면 된다. 헤어질 결심을 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뇌와 갈등으로 잠 못 드는 밤을 보냈을까. 그 힘든 시간 동안 우리는 어떠한 도움을 주려고 노력했는가.
“내가 당신을 회사에 머무르게 하기 위해서는 당신에게 무엇을 더 해주면 됩니까?” 헤어질 결심을 한 직원을 대상으로 하기에는 너무 늦어 버린 질문이다. 이런 멋진 질문을 왜 꼭 퇴직 면담이 돼서야 해야만 할까? 정말 핵심 인재들을 지속해서 유지하기를 원한다면 현재 열심히 일하고 있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주기적인 ‘유지 면담(Stay interview)’을 해야 한다. 유지 면담이란 리더가 구성원의 조직 내 긍정 경험을 방해하는 요인들을 대화를 통해 사전에 인지하고 지원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비공식적인 대화다.

구성원들이 퇴직하는 사유의 70% 이상이 리더, 특히 직속상사와의 갈등 관계로 인해 발생한다. 따라서 퇴직이나 이직은 인사부서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현업의 일선 리더들이 해야 하는 것이다. 구성원들과의 관계적인 측면에서 리더십의 개선이 필요한 리더들을 대상으로 코칭하면서 자주 추천하는 방법이 1 대 1 면담을 자주 하라는 것이다.

구글은 인사평가에서 높은 성과를 보인 리더들의 행동 특성을 분석하기 위해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발견한 점 중 놀라운 것은 구글의 ‘고성과자 리더’는 기술적인 역량이 뛰어나기보다는 구성원들과 1 대 1로 만나는 횟수가 일반 리더보다 훨씬 더 많다는 것이다.많은 리더가 모든 구성원과 1 대 1 면담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이야기한다. 물론 현실적으로 주기적으로 1 대 1 면담을 한다는 것은 꽤나 부담스러운 일이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정으로 팀원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팀의 성과를 향상시키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면 1 대 1 면담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은 없다. 인사 부서에서는 실제로 현업의 리더가 구성원들과 주기적으로 면담할 수 있는 스킬 교육 및 질문 가이드 등을 만들어서 도움을 줘야 한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톨스토이의 유명한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첫 구절이다. 구성원들의 퇴직을 막기 위해 왜 리더들이 1 대 1 면담을 주기적으로 해야 하는지에 대한 함의를 던져주고 있다.

오승민 LG화학 인재육성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