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과 공포의 시장'…주식 투자 외면하는 日 개미들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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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자산시장의 그늘③
개인투자가 '日 1400여만명 vs 韓 1374만명'
日증시 개인 비중 16.6%..50년새 '반토막'
버블붕괴 20년간 닛케이지수 1/5 '트라우마'
증시 시총 세계 1위서 5위로 추락
일본 증권가가 여의도보다 클 이유가 없기도 하다. 2021년 일본의 개인투자가 숫자는 1400여만명이고, 한국의 개인투자가는 1374만명이다. 일본의 인구는 우리나라의 2.5배지만 개인투자가의 숫자는 두 나라가 비슷하다.
1명의 개인투자가가 10개 종목에 투자했다면 도쿄증권거래소 통계에는 10명으로 반영된다는 뜻이다. 중복 계산된 숫자를 제외한 실제 개인주주의 숫자는 1400여만명으로 추산된다. 일본인 9명 가운데 1명이 주식투자자인 셈이다.
개인투자가들의 존재감이 옅어지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들어 기업과 주거래 은행들이 주식을 상호보유하는 백기사 주식이 늘면서다. 외국계 자금으로부터 일본 기업의 경영권을 지킨다는 명목이었지만 버블(거품)경제 시대 남아도는 현금을 소진하기 위한 조치로도 비판받는다.
2008년에는 연간 기준 역대 최대폭인 42.1% 급락해 8859까지 떨어졌다. 2009년 3월10일 7054까지 추락하고서야 버블 붕괴로 폭락하기 시작한 닛케이지수는 바닥을 쳤다. 바닥을 치기까지 걸린 시간은 20년, 그 사이 지수는 5분의 1 토막 났다.
문자 그대로 날개없는 추락을 경험한 일본인들에게 '주가는 완만하게 오르는 우상향 곡선을 띈다'는 통념 따위는 통하지 않는다. 이들에게 주식시장은 자산이 종이조각으로 변하는 걸 경험하게 만든 트라우마일 뿐이다. 일본 정부가 20년째 '저축에서 투자로'를 외쳐도 일본인들이 주식시장을 외면하는 이유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