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빈…거리 곳곳 모차르트 향기 잘츠부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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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화유산' 잘츠부르크
빈에서 열차 OBB 타고 3시간 거리
모차르트가 쓰던 피아노와 악보 등
그가 17세까지 살았던 생가에 전시
구시가지의 야경 한눈에 들어오는
묀히스베르크 현대미술관 전망대
수세기의 문화예술자산 축적된 빈
글로벌 리서치조직인 영국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은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1위로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을 꼽았다. 빈이 ‘도시들의 왕좌’에 오를 수 있었던 배경은 문화다. EIU는 코로나 봉쇄 완화로 박물관과 미술관 등이 재개장하면서 문화·환경 지표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아 전체 순위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빈이라는 도시가 갖고 있는 문화자산이 얼마나 풍부한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코로나 사태가 심각했던 지난해 빈의 순위는 10위권 밖에 머물렀다.빈의 문화와 역사를 이야기할 때는 합스부르크 왕가를 빼놓을 수 없다. 그들의 권력은 600년간 유럽을 좌우했으며 예술 분야에서 불후의 금자탑을 쌓았다. 합스부르크의 여러 왕들은 예술가들의 열렬한 후원자였고 예술품을 수집하는 데 시간과 공력을 아끼지 않았다. 이들은 스페인과 벨기에 등을 포함해 유럽 전역에서 예술품을 모았다.합스부르크 왕가의 광대한 수집품을 집대성한 곳이 빈미술사박물관이다. 현재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 전시의 발원이기도 하다. 빈미술사박물관에 가면 놓쳐서는 안 되는 작품이 많다. 궁정화가로 활동한 페테르 파울 루벤스(1577~1640), 디에고 벨라스케스(1599~1660) 등의 작품도 그 가운데 하나다. 높이 4.58m에 달하는 루벤스의 ‘성모 승천’(1606)은 사진으로 전할 수 없는 엄청난 위압감을 선사한다. 벨라스케스의 그림 속 마르가리타 마리아 테레사의 성장 과정을 감상하는 재미도 있다. 빈미술사박물관에 있는 ‘푸른 드레스를 입은 마르가리타 공주’(1659)는 내한 중인 ‘흰옷의 어린 공주 마르가리타 테레사’(1656) 속 테레사 공주의 3년 후 모습이다.
세계 3대 오페라하우스 가운데 하나인 빈 국립 오페라 극장은 구시가지를 둘러싸고 있는 링스트라세(Ringstrasse·순환도로)가 만들어질 때 가장 먼저 지어진 건물이다. 1869년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 조반니’가 초연된 이래 매년 300여 회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이 치러진다고 하니, 오스트리아 사람들의 남다른 오페라 사랑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오페라 극장의 야경을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대각선에 있는 알베르티나 미술관에 올라야 한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한 층만 오르면 영화 ‘비포 선셋’ 속 두 주인공이 사랑을 속삭이던 공간이 그대로 펼쳐진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무대 잘츠부르크
오스트리아는 도시마다 특색이 뚜렷해 일단 방문하면 한 곳에만 머물기가 아깝다. 오스트리아 열차인 OBB를 타고 빈에서 3시간 정도를 가면 잘츠부르크에 닿는다. 구도심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곳이다. 역사가 깃든 건물과 천혜의 자연경관을 마주하고 나면 유네스코의 결정을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잘츠부르크는 도시 곳곳에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의 흔적이 가득하다. 모차르트의, 모차르트에 의한, 모차르트를 위한 도시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다. 신시가지에서 구시가지로 가는 길목에서 모차르트가 수도 빈으로 떠나기 전 7년간 머무른 모차르트 집을 만날 수 있다. 2층 건물에는 그가 사용했던 포르테피아노, 악보, 초상화 등이 전시돼 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거리이자 잘츠부르크 중심가인 게트라이데 거리에는 모차르트가 17세 때까지 살았던 모차르트 생가, 동상이 세워진 모차르트 광장, 그의 단골 식당인 슈테른브로이 등 명소가 몰려 있어 하루 날 잡고 둘러보기 안성맞춤이다.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무대가 된 곳도 바로 잘츠부르크다. 주인공 마리아와 아이들이 ‘도레미 송’을 부른 미라벨 정원은 갖가지 꽃과 화단, 분수로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덕에 1년 내내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잘츠부르크역에서 도보로 10분이면 갈 수 있어 접근성 역시 좋다.
잘츠부르크의 야경을 보려는 관광객의 대부분은 호엔잘츠부르크성으로 향한다. 성까지 어우러진 완벽한 전경을 감상하고 싶다면 묀히스베르크 현대미술관에 있는 전망대에 올라야 한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30초 정도 오르면 왕복 4.1유로가 아깝지 않은 환상적인 구시가지 야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왼쪽으로는 잘차흐강이 잔잔히 흐르고, 우뚝 선 건물과 거리 곳곳에서 무드 등처럼 조명이 피어오른다. 미술관은 오후 6시면 닫지만, 전망대는 오후 9시까지 열려 있어 보다 오랜 시간 잘츠부르크 시내의 비경을 눈에 담을 수 있다.
빈·잘츠부르크=박소윤 한국경제매거진 기자 sos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