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볼일 있는 OTT] '탐정은 남자' 고정관념 깨더니, '원맨쇼 사건 해결' 공식도 파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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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여동생' 에놀라 인기비결소설이나 영화 속의 탐정에게는 판에 박힌 이미지가 있다. 고독하고 괴짜인 데다 남성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에놀라 홈즈’(사진)는 고정관념 속 탐정의 모습을 멋들어지게 부수며 반향을 이어가고 있다. 그것도 탐정소설의 백미로 꼽히는 영국 작가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를 비틀면서다.
추리극 묘미 살리며 형식 비틀어
여성 노동권 등 사회적 의미 담아
미국 소설가 낸시 스프링어는 셜록 홈즈에게 여동생이 있다는 설정으로 <에놀라 홈즈>를 썼다. 쾌활하고 적극적인 ‘왈가닥’ 에놀라 홈즈의 캐릭터는 원작 소설에서도 영화에서도 인기만점이었다. 영화 ‘에놀라 홈즈’는 1편이 2020년, 2편은 지난달 공개됐다. 두 편 모두 전 세계 팬을 사로잡으며 모두 넷플릭스 인기 순위 상위권에 올랐다. 원작이 가진 추리극의 묘미를 살리면서도 모험, 액션, 로맨스를 적절히 결합하는 등 영화에 걸맞은 각색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셜록 홈즈>와 <에놀라 홈즈> 팬들 모두가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원작을 좋아하는 팬들을 위해 셜록의 하숙집 ‘베이커가 221B’를 넣는 등의 서비스도 마다하지 않았다.1편은 에놀라가 갑자기 사라진 엄마를 찾아 나서며 시작된다. 오빠들로부터 늘상 천방지축 취급을 받던 에놀라는 미궁에 빠진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놀라운 탐정 본능을 발휘한다. 2편은 자신의 이름을 건 탐정사무소를 차린 에놀라를 그린다. 에놀라는 어렵게 첫 사건을 맡아, 한 성냥 공장에서 일어나는 의문의 죽음에 관련된 진실을 파헤친다. 여성 탐정으로 난관이 많지만 당차게 사건을 해결해 간다. 작품은 여성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운 동시에 사건들을 통해 다양한 역사적·사회적 의미를 담아낸다. 1편에선 여성의 참정권 운동을, 2편에선 여성의 노동권 확보와 개선 움직임을 정교하게 그린다.
영화는 셜록과 다른 에놀라만의 매력도 한껏 부각한다. 셜록은 혼자서 추리에 몰두하지만 에놀라는 연대의 의미를 잘 알고 활용한다. 사건 해결의 중심 자체는 에놀라가 잡고 있지만, 여러 여성과 함께 도움을 주고받으며 성장한다. 에놀라 역을 맡은 밀리 바비 브라운의 연기도 인기몰이에 한몫했다. 그는 명랑하고 쾌활한 에놀라를 적절하게 연기했다. 카메라를 바라보며 시청자와 이야기하듯 대사하는 장면들도 자연스럽다.
후속편이 나올 것인가. 암시가 너무 강력해서 의심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셜록의 파트너가 되는 닥터 왓슨이 ‘에놀라 홈즈’ 2편의 마지막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점만으로 알 수 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