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새해 예산안·부수법안 타결…절충 불가피했지만 아쉬움 크다

여야가 내년도 예산안과 예산 부수법안인 세법에 대해 어제 일괄 타결하고 오늘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여야 간 현격한 의견 차이로 예산안 처리는 이미 법정시한(12월 2일)을 초과한 데다 해를 넘길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온 상황에서 뒤늦게나마 합의한 것은 다행이다.

합의 내용을 보면 쟁점 현안에서 여야가 한발짝씩 뒤로 물러나 절충점을 찾지 않을 수 없었겠지만, 아쉬움도 남는다. 관심을 모은 법인세율이 전체 구간의 세율을 1%포인트씩 낮추는 선에서 타협한 데 그친 것이 그렇다. 특히 과세표준 3000억원 초과 법인에 적용하는 최고세율 25%를 3%포인트 내리는 정부 방안과는 차이가 커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이 정도 수준으로 기업 투자 확대를 유인해 경제 활성화를 꾀하기에는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1%포인트 낮춰도 법인세 최고세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21.2%보다 3%포인트 가까이 높다.반도체 설비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폭을 확대하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이 여야 합의문에서 빠진 것도 글로벌 반도체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안이하다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대만은 말할 것도 없고, 미국은 반도체 기업의 자국 시설 투자액에 25%의 세금을 공제해주고, 중국은 2025년까지 187조원을 들여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K반도체가 글로벌 전쟁에서 뒤로 밀리지 않도록 여야는 조세특례제한법과 반도체지원 특별법을 조속히 처리해야 할 것이다.

금융투자소득세는 정부안대로 2년 유예했으나 정부가 100억원으로 상향하려 한 대주주 요건을 현행(10억원)대로 유지한 것은 올해 최악의 성적표를 받은 우리 증시 상황을 고려하면 미흡하다. 대표적인 ‘이재명표 예산’인 지역사랑 화폐 예산(3525억원) 편성은 그간 포퓰리즘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만큼 더욱 면밀한 집행계획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