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우 기자의 키워드 시사경제] '중국화'하는 홍콩…2년새 20만명 떠났다

헥시트
2020년 홍콩에서 열린 국가보안법 반대 시위 참가자를 경찰이 체포하고 있다. /한경DB
홍콩은 지난 7월 1일 주권 반환 25주년을 맞았다. 영국의 식민지였던 홍콩이 중국의 품에 돌아간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그런데 6월 말 끝난 인구 조사에 따르면 홍콩 인구는 1년 전보다 1.6%(12만1500명) 줄어 729만 명을 기록했다. 60여 년 만에 최대 폭으로 감소했다. 홍콩 인구는 코로나19 이전 수년간 750만 명 선을 유지해왔으나 2년여 동안 20만 명 넘게 급감했다.

코로나 강경 방역·국가보안법 시행이 촉발

홍콩에서 ‘헥시트’가 가속화하고 있다. 헥시트는 홍콩(Hong Kong)과 엑시트(exit)를 합친 말로 홍콩에서 인재와 기업, 자본이 빠져나가는 것을 뜻한다.헥시트를 불러온 것은 이른바 ‘홍콩의 중국화’ 현상이다. 중국은 2020년 6월 홍콩국가보안법을 제정한 데 이어 지난해 홍콩 선거제를 전면 개편했다. 이로 인해 홍콩 민주진영은 사실상 궤멸했다. 코로나 방역정책도 중국만큼 강경했다. 홍콩이 2년 넘게 국경을 걸어 잠근 채 이동의 자유를 제한하자 금융권을 중심으로 많은 외국인이 짐을 쌌다. 정치·사회·교육 분야의 전문인력과 청년들도 영국, 캐나다 등으로 대거 이민을 떠났다.

홍콩의 방역정책에 질린 다국적 기업들이 인력과 거점을 재배치하면서 싱가포르가 특수를 누리고 있다. 새로 옮겨온 외국인 사이에서 ‘집 구하기’ 전쟁이 벌어질 정도다. 싱가포르는 올 9월 발표된 국제금융센터지수(GFCI) 평가에서 홍콩을 제치고 아시아 1위 금융허브에 올랐다.

홍콩은 지난 10월 비자 규정 완화, 부동산 세금 감면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300억홍콩달러(약 5조원) 규모 투자펀드를 조성해 해외 혁신 기술기업을 적극 유치하겠다고 했다. 헥시트를 막기 위해 뒤늦게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英 “中, 약속 깨고 홍콩 민주주의 훼손”

홍콩은 1841년 1차 아편전쟁과 1860년 2차 아편전쟁을 거치며 영국의 식민지가 됐다. 두 전쟁에서 진 청나라는 홍콩섬과 카오룽반도를 차례로 영국에 할양했다. 영국은 1898년 홍콩 영토의 90%를 차지하는 북부 신계(新界)를 99년간 통치하는 추가 협정을 맺으며 홍콩을 완전히 손에 넣었다. 국공내전에서 승리해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을 수립한 중국 공산당은 ‘99년 조차(租借)’를 연장할 생각이 없었다.

한국경제신문 기자
영국은 조차 기한 만료가 다가오자 중국과 협상에 들어갔고, 1984년 영국·중국 공동선언(홍콩반환협정)을 체결했다. 홍콩이 1997년 중국에 반환된 이후로도 2047년까지 50년 동안 고도의 자치와 함께 기존 체제를 유지하도록 하는 일국양제(一國兩制: 한 국가 두 체제)에 합의한 내용이다. 영국은 1997년에 신계만 반환하면 됐지만 돌려줄 의무가 없던 홍콩섬과 카오룽반도까지 중국에 넘기면서 이 같은 조건을 내걸었다. 영국은 “그로부터 25년이 되기도 전에 중국이 약속을 깨고 홍콩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 생글생글 2023년 1월 2일자는 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