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예산합의 수용하지만 아쉽다"…巨野 '실력 행사' 비판

한총리 등 대통령실·국회 오가며 긴밀조율 불구 국정기조 반영 미흡 판단
고위 관계자 "국민보다 이념 앞세운 힘의 논리에 유감"
대통령실은 여야의 내년도 예산안 합의에 '수용하지만 아쉽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 당사자인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와 정부 대표자인 추경호 경제부총리뿐 아니라 한덕수 국무총리까지 나서 용산 대통령실과 끊임없이 조율했지만, 합의 결과가 새 정부 국정 기조를 충분히 반영하지는 못했다는 평가가 우세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은 합의 다음 날인 23일 오전에도 별도 입장을 내지 않았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여야 합의는 존중하나 아쉽다"며 "어려운 국민경제와 대외신인도 우려로 합의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라고 밝혔다. 여권 고위층에서는 건국 이래 한 번도 없었던 초유의 '준예산' 사태가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도 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예산안이 31일까지 처리되지 못해 새해 1월 1일부터 준예산을 편성하게 되면 대외신인도 문제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

윤 대통령에게도 이처럼 예산안 장기표류로 인한 파국은 막아야 한다는 의견이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 중재 역할을 맡은 김진표 국회의장 측은 지난 21일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 최상목 경제수석 등을 통해 윤 대통령에게 예산안 합의의 시급성, 준예산 위험성 관련 보고를 하도록 당부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번 과정에서 한 총리와 추 부총리는 야당뿐 아니라 국회의장실, 대통령실과 수시로 소통하며 입장 조율에 나섰다.

김 의장이 특히 한 총리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고 한다. 한 총리는 김 의장과 국회에서 비공개 회동을 하고 최종 합의안이 나온 22일 오전에도 통화하며 협의했다.

김대기 실장과도 긴밀 연락하며 머리를 맞댄 것으로 알려졌다.

주 원내대표도 앞서 지난 21일 용산 대통령실을 직접 찾아 예산안 관련 논의를 하는 등 물밑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김 의장이 제시한 첫 현상 시한을 넘긴 지난 18일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 직후에서도 예산안을 놓고 상당한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은 이러한 긴밀한 조율 과정에도, 여야가 합의한 첫 예산안이 윤석열 정부의 철학을 온전히 담아내지 못했다는 기류 속에 여전히 아쉬운 표정이다.

동시에 거대 야당의 '실력 행사'에 밀려 애초의 예산안 취지가 적잖이 후퇴했다는 논리도 부각하는 모습이다. 고위 관계자는 "국민보다는 이념을 앞세운 (야당의) 힘의 논리에 유감"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