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철의 글로벌 북 트렌드] 회의가 너무 지루하다면 낙서를 해보라?

뇌 정비공 (The Brain Mechanic)

심리상담가 겸 베스트셀러 작가

기존 상식 깨뜨리는 뇌과학 소개
"재미없는 이야기는 망상 유발해
낙서가 망상 억제해 집중력 높여"

최근 들어 ‘멘털(mental)’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스포츠 선수들뿐 아니라 부정적인 댓글 공격을 자주 받는 연예인, 중요한 면접이나 시험을 앞둔 사람에게도 멘털은 잘 챙겨야만 하는 요소다. 멘털의 사전적 의미는 ‘생각하거나 판단하는 정신’을 뜻하지만, 일상생활에서 멘털은 의지력이나 자제력 그리고 집중력을 포함하는 고도의 정신력을 말한다. 젊은 세대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중꺾마(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처럼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의지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프리미어리그를 포함해 각종 스포츠산업이 발달한 영국에서는 멘털 코치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그들은 신체와 정신의 연결 체계를 연구하고, 멘털을 강화해 최고의 성과를 내는 법에 관해 연구한다. 뇌과학이 발달하면서 뇌-정신-신체의 상관관계에 관한 연구도 활발하다. 최근 출간돼 인기를 끌고 있는 <뇌 정비공(The Brain Mechanic)>은 뇌과학을 통해 멘털을 연마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저자 피터 홀린스는 심리상담가이면서 멘털 코치다. 한국에도 <어웨이크> <자제력 수업> <자기결단력> 등이 번역 출간돼 있는 베스트셀러 작가다.

저자는 ‘뇌를 훈련한다’는 생각은 난센스라고 주장한다. 우리는 뇌를 훈련할 수 없고 고칠 수는 있다. 변화에 적응하게 하고, 성장하게 하고,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강제할 수 있다. 뇌는 의식과 정체성과 고차원적인 생각의 집합체지만, 그것은 또한 오래 자주 사용하면 낡고, 닳고, 오작동할 수 있는 살과 피의 집합체이기도 하다.

영국 플리머스대의 재키 앤드레데 교수팀은 낙서가 기억력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40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연구팀은 파티에 관한 내용의 재미 없는 2분30초가량의 통화를 들려주면서 한 그룹에는 낙서를 하게 했고, 다른 그룹엔 통화내용을 메모하게 했다. 이후 연구팀은 두 그룹에게 통화내용에 등장한 8명의 이름을 얼마나 기억하는지 물었다. 낙서했던 그룹의 참가자는 평균 7.5명의 이름을, 메모했던 그룹 참가자는 평균 5.8명의 이름을 기억했다. 안드라데 교수는 “사람들은 뭔가 재미없는 내용을 들을 때 망상에 빠져드는 경우가 많다”며 “낙서는 망상을 멈추는 효과가 있어 집중력과 기억력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책에는 이렇게 우리의 상식을 깨트리는 뇌과학 연구 논문과 흥미로운 심리실험 결과들이 소개된다. 요약정리에 뛰어난 저자의 재능을 엿볼 수 있다.

책은 우리의 생각과 감정에 영향을 미치는 네 가지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옥시토신, 세로토닌, 엔도르핀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하면서 중독이나 강박에서 벗어나 자기 주도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안내한다. 사회적 유대 관계와 휴식의 중요성을 강조하는가 하면 뇌가 스스로 신경 회로를 바꾸는 능력인 신경가소성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우리 스스로 뇌 정비공이 돼 뇌를 고치고, 멘털을 강화하고,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꿔나갈 수 있다고 조언한다.

홍순철 < BC에이전시 대표·북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