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온정 그리운 혹한의 세밑…지금, 나부터, 작은 것부터

세밑 한파가 기승이다. 어제 서울의 체감기온은 영하 27도까지 떨어졌다. 강풍에 눈까지 내리며 전국이 꽁꽁 얼어붙었다. 경제는 더 매서운 한파 속이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에 글로벌 경기 침체라는 다중 악재까지 겹쳐 가계 살림살이의 주름은 깊어만 간다.

불황은 노인과 저소득 가정 등 취약 계층에 가장 먼저 찬 바람을 몰고 온다. 모든 정치인이 민생을 떠들지만 정치가 서민 삶의 질을 극적으로 나아지게 한 적은 없다. 일부 산유국 정도를 제외하고는 역사적으로 정부의 시혜적 복지나 기업의 제도화한 기부만으로 민생을 구제한 나라도 없다. 경제적 생존의 토대인 일자리와 소득은 언제나 성장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며, 한 국가의 성장은 상품 서비스 경쟁력만으로 가능하다는 엄중한 현실이 있을 뿐이다.하지만 모든 삶을 시장과 경쟁 원리에 맡겨놓기엔 우리 주변의 풍경이 너무 을씨년스럽다. 힘든 시기일수록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고 배려하는 자선과 기부, 나눔의 문화가 필요하다. 부자와 사회 지도층의 솔선수범보다 평범한 시민들의 자발적인 관심과 참여가 훨씬 긴요하고 절실하다. 푼돈을 아끼고 저축해 모은 돈을 내놓는 경비원 아저씨, 청소 미화원, 식당 주인들의 미담이 잔잔한 감동을 주는 이유는 이웃을 향한 이타심이 소득의 많고 적음을 따지지 않는 인간의 보편적 도덕심을 일깨우기 때문이다. 그 공감대가 크고 넓을수록 우리 사회의 나눔 문화도 선양되고 높아질 것이다.

저소득층 지원을 위한 연탄은행 후원이 전년보다 절반가량 줄고, 자원봉사자의 발길도 예년만 못하다는 소식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희망나눔 모금도 지난해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해 넘김이 1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아직 목표액의 63%에 머물고 있다. 나눔과 배려, 자선은 부자들이나 여유 있는 사람들만의 몫이 아니다. 지금, 우리부터, 작은 일부터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