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주당이 살려낸 지역화폐 예산, 현금살포에는 금도가 없나

내년도 예산안이 노골적인 ‘주고받기’로 끝나고 말았다. ‘준예산’의 파국을 면한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민간이 끄는 역동적 경제’라는 윤석열 정부의 약속과 배치하는 대목이 많아 적잖이 실망스럽다. 대표적인 게 정부안에서 ‘제로(0)’였던 지역화폐 예산이 3525억원 규모로 되살아난 대목이다.

액면의 10%를 중앙·지방정부가 분담하는 구조라는 점을 감안해 역산해보면 내년 지역화폐 발행액은 15조원을 웃돌 전망이다. 문제는 지역화폐가 포퓰리즘에 기반한 “현물살포성 재정중독사업”(추경호 경제부총리) 성격이 짙다는 점이다. 오죽하면 국책연구기관인 조세재정연구원이 ‘경제효과가 불투명하다’며 발행 남발을 우려했을 정도다. 액면가의 2%인 부대비용(인쇄비 및 금융수수료) 부담도 만만찮다. 이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부자 지방자치단체로 예산 지원이 쏠린다는 점 역시 간단치 않은 문제다.부정 유통 사례도 숱하다. 편의점 등의 소규모 매장에서 하루에 수백만원 넘게 환전하는 ‘현금깡’ 사례가 심심찮다. 경기도에선 운영대행 민간업자에게 낙전 수입이나 선(先)결제자금 이자 수입을 몰아줬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정부 예산을 쌈짓돈인 양 주무르는 더불어민주당의 반성이 절실하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해마다 앞장서서 수천억원의 지역화폐 예산을 배정했다. ‘2022년도 예산’ 심의 때도 정부안의 2402억원이 6052억원으로 급증했다. 대선을 의식한 이 대표가 밀어붙인 선심성 예산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국민 70% 이상이 예산 지원을 찬성한다’는 게 민주당 주장이다. 10% 할인 혜택의 자연스러운 결과일 뿐 경제 전체로는 역효과가 난다는 지적은 외면하는 무책임한 태도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경제가 힘들고 대외신인도가 우려돼 예산을 합의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한다. 하지만 포퓰리즘과의 타협은 새 정부의 핵심 국정 가치를 훼손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