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사진] 한여름에도 녹지 않는 내 마음 속의 빙하
입력
수정
지면A2
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짙푸른 잎이 무성한 숲. 흰 고드름과 얼음덩어리가 나무와 뒤엉켰다. 날카롭게 자라난 고드름의 끝단이 평온한 숲을 위협한다. 이 비현실적인 장면은 사진가 원성원이 사진을 이어붙이는 포토몽타주 작업으로 완성한 ‘모두의 빙점’ 연작 가운데 하나인 ‘의지를 가진 나무’다.
그는 직접 촬영한 수천 장의 사진을 정교하게 맞춰 실제처럼 보이지만 현실에 없는 세계를 창작해왔다. 이번 연작에선 녹음이 우거진 여름 숲을 얼음이 침범하고 있는 장면들을 보여준다.사람들이 수많은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면서 어쩔 수 없이 갖게 되는 ‘열등감’을 여름 숲의 얼음으로 표현한 것이다. 우리는 거대한 ‘무한경쟁의 쳇바퀴’ 속에서 살아간다.
사람들은 성적, 외모, 직업, 소득, 거주지역 등 삶의 세세한 부분을 비교하고 등수를 매긴다. 그래서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사람조차도 열등감에 시달리며 살아간다.
세월과 함께 쌓인 열등감은 너무 두꺼워 한여름에도 녹지 않는다. 원씨의 작품들은 2023년 1월 29일까지 서울 삼청동 뮤지엄한미 삼청별관에서 전시된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