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재벌 아다니, 정부 비판 TV 적대적 인수…언론자유 논란

아시아 최고 부호…동향 모디 총리와 유착해 사업 키웠다는 비판도
아시아 최고 부호인 인도 아다니 그룹 회장 가우탐 아다니가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는 유력 매체 '뉴델리 텔레비전'(NDTV)을 인수하는 데 성공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24일(현지시간) 힌두스탄타임스 등 인도 매체와 외신 등을 종합하면 아다니 그룹의 계열사 AMG 미디어 네트워크는 NDTV 설립자들의 주식 대부분을 넘겨받기로 했다.

인수가 종료되면 아다니 그룹은 NDTV 지분 64.71%를 보유하게 된다.

아다니 그룹은 지난 8월 NDTV 투자사에 대한 금융 관련 권리를 활용해 NDTV 지분 29.2%를 확보했다. 이어 공개 매입을 통해 지분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아다니 그룹은 NDTV 소유주인 프란노이 로이·라디카 로이 부부에게 이 사실을 알리거나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

사실상 적대적 인수·합병(M%A)에 착수한 것이다. 결국 로이 부부는 아다니 그룹에 자신들이 보유한 지분 중 5%만 남기고 27.26%를 매각하기로 했다.

로이 부부는 "AMG 미디어 네트워크는 최근 NDTV의 최대 주주가 됐다"라며 "상호 합의에 따라 우리가 보유한 NDTV 지분 대부분을 AMG 미디어 네트워크에 매각하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NDTV는 1988년 유명 언론인인 프란노이 로이와 그의 아내 라디카 로이에 의해 설립됐다. 영어·힌디어 TV 뉴스 채널과 비즈니스 채널 등을 운영하며, 정부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몇 안 되는 메이저 언론사로 꼽힌다.

이런 NDTV가 인도 최대 재벌의 손에 넘어가자 인도의 언론 자유가 침해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아다니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 등 정치 지도자와 유착하며 시장 독점 사업을 통해 부를 일궜다는 비판을 받는다.

아다니와 모디 총리는 모두 인도 서부 구자라트주 출신이다.

당장 NDTV의 수석 편집장인 라비시 쿠마르는 회사가 넘어가게 되자 사임했다.

로이터 통신은 NDTV가 매각되면서 언론인들 사이에서는 인도 마지막 자유 언론의 보루 중 하나가 위협을 받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전했다.

원자재 무역상으로 사업을 시작한 아다니는 1988년 아다니 그룹을 세우면서 인도를 대표하는 거상(巨商)으로 도약했다.

아다니 그룹은 현재 인도 최대 물류·에너지 기업으로 꼽힌다.

특히 아다니 그룹이 운영하는 공항들의 이용객 수는 인도 전체의 4분의 1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집계하는 실시간 억만장자 순위에 따르면 아다니 회장의 순자산은 1천168억달러(약 150조원)로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회장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 이어 세계 3위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