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티드 도넛 신화' 이준범 GFFG 대표의 야심[하수정의 티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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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꾼 아닌 창작자 추구..외식업계 이단아기껏해야 1~2년이면 유행이 끝날 것이란 유통업계의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오픈런 도넛', '완판 도넛'으로 불리는 '노티드' 열풍에 대한 얘기다. 외식브랜드 업체인 GFFG(Good Food For Good)가 운영하는 노티드는 올해로 6년째 기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중·일식도 힙하게" 11개 브랜드 확장
美 '외식황제' 대니 마이어 벤치마킹
내년 해외 진출…"궁극의 꿈은 호텔"
GFFG는 노티드를 지렛대로 한식, 중식, 일식, 베이커리, 위스키바 등 무서운 속도로 영역을 확장 중이다. 이준범 GFFG 대표(사진)는 "미국 외식황제로 불리는 대니 마이어와 같이 다양한 브랜드를 인큐베이팅하는 기업이 될 것"이라며 "내년 중 미국을 시작으로 글로벌 사업에 본격 뛰어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 매출 1000억 육박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GFFG는 내년 초 프랑스식 베이커리 브랜드인 '블레어'를 론칭할 예정이다. 첫 매장은 서울 송파구 방이동 3층 건물을 개조해 파티쉐 아빠와 디자이너 엄마, 아이들, 강아지가 살고 있는 프랑스 가정집 콘셉트로 선보일 계획이다. 고객들이 실제 프랑스 친구집에서 빵을 먹는 것 처럼 느끼는 공간으로 기획했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블레어가 문을 열면 GFFG는 벌써 11개의 브랜드를 확보하게 된다. 2014년 햄버거 브랜드인 '다운타우너'의 전신 '오베이'를 시작으로 2017년 노티드, 2019년 퓨전한식 '호족반', 올해 싱글몰트 위스키바 '오픈엔드' 등 끊임없이 브랜드를 론칭했다.
특히 올해는 분기마다 1개씩 총 4개의 브랜드를 선보였다. 브랜드에는 모두 스토리와 '힙(유행에 민감한 요소)'을 입힌 것이 특징이다. 연 매출은 2020년 300억원에서 지난해 700억원, 올해 1000억원 가까이로 뛰었다.
"이게 바로 브랜차이징"
이 같은 GFFG의 행보와 관련, "평범한 외식기업은 아니다"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대부분의 외식기업이 사업을 확장할 때는 '규모의 경제'와 효율성을 위해 유사 품목을 취급하는 것과 달리, GFFG는 영역을 한정짓지 않기 때문이다. '외식업계 이단아'로 불리는 이유다.이 대표는 "장사꾼이 아닌 창작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세상에 없던 아이디어로 다양한 브랜드를 만들어 키우는 인큐베이팅 행위를 '브랜차이징'이라 정의했다"며 "외식 뿐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을 브랜차이징하는 브랜드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GFFG는 외식기업들의 핵심사업인 프랜차이즈에 대해선 오히려 신중하다. 지금까지 낸 42개 매장 모두 직영이다. 이 대표는 "GFFG가 추구하는 위생과 품질, 브랜드 가치를 개인이 맞추는 것은 아직 매우 어렵다는 생각"이라며 "당장 프랜차이즈 운영 계획은 없지만, 본사와 함께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할 전문가가 있다면 고민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미국서 승부수
GFFG는 최근 알토스벤처스 등으로부터 300억원 가량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이 자금을 활용해 해외 진출과 복합문화 매장 개장, 온라인커머스 사업 등에 뛰어들 방침이다.특히 내년엔 도넛 본고장인 미국에 승부수를 던질 계획이다. 이 대표는 "미국 국민간식인 도넛을 현지 제품과 차별화하면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GFFG는 노티드 뿐 아니라 호족반도 미국에 진출할 계획을 세우고 현지법인을 각각 설립한 상태다. 이 대표의 목표는 '한국판 대니 마이어'가 되는 것이다. 대니 마이어는 쉐이크쉑을 글로벌 브랜드로 키우고 여러 외식 브랜드를 거느리고 있는 유니언스퀘어호스피탈리티그룹(USHG) 창업자다.
이 대표는 "USHG, 네슬레, 코카콜라 등 해외 거대 브랜드가 장악하고 있는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만의 차별화 된 경쟁력이 무엇인지 고민했다"며 "이번 투자 유치로 자본의 힘과 결합해 글로벌에서도 살아 숨쉬는 브랜드를 탄생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장기적으론 기업공개(IPO)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궁극의 호스피탈리티(서비스)'로 여겨지는 호텔을 운영하는 것이 꿈"이라며 "GFFG의 브랜드를 집합시켜 가장 좋은 음식과 서비스를 충족하는 호텔을 언젠가는 만들어 보고 싶다"고 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