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 한파에 은빛 왕국 변신한 춘천…소양강 상고대 '활짝'

"산타의 선물 같아요" 시민들 감탄…춘천 영하 14.8도 맹추위
평창 면온이 영하 21.3도까지 떨어지는 등 강원도에 강추위가 이어진 25일 오전 춘천 소양강에 어김없이 상고대가 활짝 피어 '은빛 왕국'을 선물했다. 소양강은 태백산, 한라산, 덕유산과 함께 대한민국 상고대 절경지로 꼽힌다.

한파와 습도, 적당한 바람의 삼박자가 갖춰지면 강물 위로 피어오르는 물안개가 금세 나뭇가지 위로 얼어붙어 흰 꽃을 피운다.

상고대가 활짝 필 조건이 갖춰지자 겨울 외투와 털모자, 목도리, 장갑을 두른 사진가들은 이날 새벽부터 소양강을 찾아 삼각대를 세우고 동이 트길 기다렸다. 이들은 여명과 함께 물안개가 자욱이 피어오르자 상고대를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영하 15도에 가까운 추위도 견뎌냈다.
해가 떠오르자 소양강 물안개는 더욱 짙어졌다.

높이 피어오른 물안개는 강가의 나뭇가지에 얼어붙어 은빛 꽃을 피웠다. 오전 9시께 습도는 90%를 넘어섰고, 자욱한 물안개는 구름으로 변해 소양3교 위로 눈이 내리게 할 정도였다.

사진가들은 시시각각 변하는 빛의 움직임에 부지런히 촬영 포인트를 옮기며 셔터를 눌러댔다.

물닭 무리는 물안개 사이를 유유히 헤엄치며 모델 역할을 톡톡히 했다. 높은 곳에서 바라본 소양강은 은빛 상고대와 짙은 물안개가 어우러져 '춘베리아'(춘천과 시베리아의 합성어)의 진면모를 보였다.

인근 도로는 은빛 왕국으로 변한 소양강을 찍고자 모여든 시민들이 세워둔 차들로 붐빌 정도였다.
박수영(53·서울 노원구)씨는 "소양강 상고대는 사진으로만 접했는데 직접 눈으로 보니 감탄만 나온다"며 "오늘이 성탄절인데 밤새 산타가 준비해놓은 선물인 것 같다"고 말했다.

햇살이 강해지자 나뭇가지 위를 덮었던 상고대는 점차 녹아들었다.

늦게 도착한 이들은 아쉬움을 뒤로 하고 다음을 기약했다.

상고대는 영하의 온도에서도 액체 상태로 존재하는 물방울이 나무 등의 물체와 만나 생기는 현상이다.

나뭇가지 등에 밤새 서린 서리가 하얗게 얼어붙어 마치 눈꽃 같아 보인다. 춘천 소양강 상고대는 소양강댐에서 발전을 위해 비교적 따뜻한 물을 때 맞춰 방류하면 더욱 짙어진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