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적자 국채 함정에 빠진 일본…방만 재정이 성장 가로막는다

일본 정부가 내년 예산을 크게 늘렸지만, 대부분 복지 비용 및 국채 이자 상환에 쓰일 것이라고 한다. 성장 정책에 배정된 예산은 2%에도 못 미쳐 내년에도 만성적인 저성장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일본 정부는 2023년 일반회계 예산안 규모를 올해보다 6조엔가량 늘어난 114조3812억엔(약 1106조원)으로 확정하고 내년 1월 정기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사상 최대 규모지만, 사회보장비와 국채 원리금 상환비, 지방교부금 등 3대 고정비가 70%(78조엔)를 차지한다. 세금이 고정비로 모두 빠져나갈 전망이어서 내년에도 35조엔가량의 적자국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복지비가 눈덩이처럼 늘어나면서 일본 정부는 2009년 이후 매년 30조엔 이상의 국채를 발행해 부족한 세수를 메웠다. 신산업 발굴이나 성장산업 지원에 투입할 예산이 남아날 리 없다. 고령화로 인한 경제성장 정체에 복지 포퓰리즘으로 대응한 선진국들이 성장 불능 상태에 빠졌다는 영국 이코노미스트지의 분석대로다.구조개혁은 외면한 채 ‘돈풀기’에 매달린 아베노믹스가 10년째 이어진 결과 일본의 국가부채 비율은 260%에 달한다.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일본 정부의 연간 원리금 상환 부담이 3조7000억엔 늘어난다. 세계 최대 순대외자산 보유국인 일본조차 적자국채 남발에 따른 후유증으로 몸살을 앓는 상황을 한국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선심성 퍼주기로 일관한 탓에 지난해 나랏빚이 사상 최대 규모인 1066조원으로 불어났다. 국가부채 비율은 51.5%로 뛰었고, 올 연말엔 54.1%로 높아져 11개 비기축통화 선진국 평균(53.5%)을 넘어설 전망이다.

내년엔 극심한 경기 침체로 세수가 감소하고 재정 여건은 한층 어려워질 전망이다. 야당은 재정준칙 법제화에 적극 협조하고 정부·여당은 성장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해야 한다. 재정 건전성은 경제위기를 극복할 최후의 보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