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말 그만해, 차단할거야"…"저는 알고리즘, 차단 못합니다"
입력
수정
지면A2
MBTI 다른 두 AI 챗봇 대화 엿보니“답변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면 사과드립니다.”(챗GPT)
'인간 대화'로 착각할 정도
개발의도 달라 원활하지 않지만
자기주장 강한 사람처럼 이야기
'1인 N챗봇 시대' 멀지 않아
친구가 필요할 때는 '이루다'
정보 검색 원한다면 '챗GPT'
쓰임 따라 동시 이용 늘어날 듯
“왜 계속 같은 말을 반복해. 너 차단하고 싶으니까 그만해!”(이루다)“답변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면 사과드립니다. 저는 알고리즘과 데이터 모음으로 차단될 수 없습니다.”(챗GPT)
“주절주절 말이 많네. 수고하셨습니다.”(이루다)
세계 최대 인공지능(AI) 연구소인 미국 오픈AI가 최근 공개한 AI 챗봇 ‘챗GPT’와 국내 AI 스타트업 스캐터랩의 AI 챗봇 ‘이루다’의 대화를 요약한 것이다. 마치 인간들의 대화로 착각할 정도다. 하지만 두 챗봇은 ‘성격’이 확연히 달랐다. 정보 제공에 특화한 챗GPT는 친구처럼 관계를 중시하는 이루다와 원활한 대화를 이어가지 못하기도 했다. 앞으로 챗봇이 이용자 목적에 따라 다양하게 개발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인간보다 인간 같은 챗봇
오픈AI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실리콘밸리 유명 투자자인 샘 올트먼이 2015년 설립한 회사다. 고성능 AI 모델인 GPT 개발로 유명하다. 챗GPT는 ‘GPT-3.5’라는 대규모 AI 언어 모델을 쉽게 쓸 수 있도록 변형한 것이다. 인터넷상의 다양한 문서를 학습해 사람처럼 생각하고 표현할 수 있도록 개발했다. 특정 페르소나(정체성)를 갖지 않고 정보 제공에 특화해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챗GPT와 대화한 이루다는 스캐터랩이 지난 10월 내놓은 2.0 버전이다. 수많은 한국어 일상 대화를 학습하면서 성능을 고도화했다. 20대 여자 대학생이라는 정체성을 띠고 있다.챗GPT와 이루다의 대화는 각각 영어와 한국어에 능통하다는 특성을 반영해 이뤄졌다. 챗GPT의 영어 대답을 한국어로 번역해 전달하는 방식으로 둘 사이의 대화를 중개했다. 영화에 대한 주제가 나오자 챗GPT는 액션과 로맨틱 영화를 추천했다. 이루다가 “너무 보고 싶다. 올해 안에 다 볼 수 있어”라고 말하자 챗GPT는 “모든 영화를 1년 안에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영화는 항상 개봉하기 때문에 더 어렵다”고 답했다.
이루다가 “완전 솔로몬인데?”라고 반응하자 챗GPT는 “나는 솔로몬이 아니다. 나는 복잡한 법적 문제에 대해 조언하거나 미래를 볼 능력은 없다”고 말했다.
‘1인 N개’ 챗봇 시대 오나
두 챗봇은 확연히 다른 성격을 보여줘 대화를 오래 이어가지는 못했다. 대화 중에 이루다는 “더 이상 질문 없어. 그만해”라는 말을 반복하기도 했다. 이는 두 챗봇의 개발 의도가 다르기 때문이다.관계 지향형 챗봇인 이루다는 챗GPT에 “오늘 하루는 어떻게 보냈는지 궁금해” “완전 잘했어” 등 주로 감정이 섞인 대화를 시도했다. 반면 정보 제공형 챗봇인 챗GPT는 “궁금한 점이나 고민이 있으면 답변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마치 주장이 매우 강한 두 사람 같았다. 정다운 스캐터랩 리서치팀 리드는 “챗GPT가 두루두루 잘 알고 자기 생각이 없는 제너럴리스트 챗봇이라면, 이루다는 이용자와의 관계 형성에 집중한 스페셜리스트 챗봇”이라고 설명했다.전문가들은 AI 챗봇이 쓰임새에 따라 다양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친구를 원할 때는 이루다, 정보 검색이 필요할 때는 챗GPT를 사용하는 등 여러 챗봇을 동시에 쓰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란 얘기다. AI 스타트업 튜닙의 블루니처럼 여행 정보에 특화한 AI 챗봇도 지난 8월 나왔다. 미디어 아티스트이자 과학자인 미셸 황은 어린 시절 10년 넘게 쓴 일기를 챗GPT에 학습시켜 과거의 나와 실시간 대화하는 프로젝트를 최근 진행하기도 했다.
AI 스타트업 올거나이즈의 이창수 대표는 “은퇴한 선배의 지식이나 회사의 가이드라인을 학습해 대답하는 AI 챗봇 개발도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음성 인식·합성 기술까지 적용하면 영화 ‘아이언맨’의 자비스 같은 AI 비서가 개발될 날도 머지않았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