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만주 폐기 끝에…단맛 나는 토종 와사비 태어났죠"

FTA 20년 변경의 개척자들
(3) 농업법인 '흥' 차대로 대표

와사비 불모지서 도전 4년만에
'수출유망품목'으로 키워내

"쓴맛日와사비보다 경쟁력 앞서"
美·태국·유럽서 수출 문의 빗발
강원도청 제공
“와사비(고추냉이) 20만 주(2㏊ 재배분)를 죽여보니, 그제야 어떻게 살리는지 알 것 같더군요.”

농업법인 ‘흥’의 차대로 대표(44·사진)는 2015년 회사에 다니다 귀농을 준비하면서 와사비를 연구했다. 와사비 본고장 일본에선 보통 와사비를 물에서 키우는데, 물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해야 하는 등 재배 조건이 까다로웠다. 차 대표는 흙에서 키우는 방식을 택했다.처음부터 쉽지는 않았다. 4년 가까이 실패를 거듭했다. 정부에 의지하기도 어려웠다. 정부는 농가에 퍼뜨릴 종자나 묘목을 주로 연구하기 때문에 경제성 있는 와사비 양산에 도움이 될 정도는 아니었다. 차 대표는 “제가 와사비 재배를 시작할 때만 해도 한국에서는 모두가 실패하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당시만 해도 한국은 ‘와사비 불모지’나 다름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그래도 와사비 재배를 계속 시도했다. 실패 경험과 여러 논문을 종합한 결과, 한국에서 와사비 재배에 적합한 곳이 강원 태백과 평창이라고 보고 평창에 자리를 잡았고, 결국 와사비 대량 재배에 성공했다.

현재는 와사비로 연 2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최근엔 해외시장에서도 구매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차 대표는 “미국, 독일, 동남아시아에서도 우리 와사비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특히 태국과 미국 쪽에선 제시하는 조건도 상당히 좋다”고 했다.차 대표는 “일본 와사비는 이미 달고 신맛이 가미된 초밥에 쓰는 용도여서 맵고 쓴맛이 두드러지지만 우리 농장의 와사비는 맵고 단맛이 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에 맞춰 개량된 와사비가 고기나 다른 음식 재료와의 궁합에 더 좋다”고 말했다. 한국 와사비가 해외 시장에선 일본보다 유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와사비가 생소한 나라가 많다는 것은 수출에 불리한 점이다. 그런 국가에선 와사비에 대한 검사 기준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차 대표는 이런 문제를 풀기 위해 와사비 재배농 확대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그는 “와사비 농가가 많지 않으면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다”며 “우리 농가의 와사비 재배 노하우를 다른 농가와 공유할 생각”이라고 했다.

차 대표는 와사비와 함께 딸기 농사도 같이 짓는다. 딸기와 와사비는 생육 환경이 비슷하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와사비는 겨울철에 키워서 2~7월에 수확하면 된다. 차 대표는 와사비와 딸기를 함께 키울 수 있도록 온도와 습도 등을 제어한 비닐하우스에 2단 서랍 형태의 ‘재배 틀’을 설치해 1단엔 와사비, 2단엔 딸기를 심었다. 딸기 농사에서 나오는 매출도 연 1억원에 달한다. 와사비 재배까지 포함하면 연 3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와사비를 수확할 수 없는 시기에 딸기 농사를 병행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차 대표는 “딸기와 와사비를 같이 키워 (비닐하우스의) 공간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고 했다.평창=김소현 기자

제작 지원=FTA이행지원 교육홍보사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