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조세희 작가 별세

조세희 작가.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쓴 조세희 작가가 지병으로 25일 별세했다. 향년 80세.

이날 출판사 이성과힘의 조중협 대표는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조 작가가 강동경희대병원에서 지병으로 타계했다”며 “코로나19로 인해 올 초 의식을 잃으셔서 가족들에게 별다른 말씀을 남기지 못하셨다”고 전했다. 조 대표는 조 작가의 첫째 아들이다.

조 작가는 1942년 경기 가평에서 태어나 서라벌예대 문예창작과와 경희대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대학 재학 중인 1965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돛대 없는 장선(葬船)’으로 등단했으나 이후 작품 활동을 하지 않았다. 10년 뒤인 1975년 ‘칼날’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창작 활동을 시작했다.

대표작은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라는 제목으로 1978년 초판이 출간된 연작소설집이다. 표제작과 ‘칼날’을 비롯해 ‘뫼비우스의 띠’, ‘내 그물로 오는 가시고기’ 등 소설 열 두편을 묶은 책이다. 서울시 낙원구 행복동 무허가 주택에 사는 도시 빈민 일가를 주인공으로 한 ‘난장이 연작’ 열두 편을 묶었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1970년대 한국 사회의 모순과 비극을 담아내면서도 환상적 기법을 동원해 문학적으로 뛰어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우찬제 문학평론가는 이 작품에 대해 "1970년대 우리네 인문주의와 심미적 이성의 한 절정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라고 평가한 바 있다.

그럼에도 작가는 이 작품이 구시대의 풍경이 되기를 바랐다. 조 작가는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100쇄를 찍은 1996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계엄령과 긴급조치의 시대였던 1970년대에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쓴 것은 벼랑 끝에 내몰린 우리 삶에 ‘경고팻말’이라도 세워야겠다는 절박함 때문이었다. 한 작품이 100쇄를 돌파했다는 것은 작가에겐 큰 기쁨이지만 더 이상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필요하지 않은 시대가 왔으면 한다."

작가의 바람과 달리 작품은 아직도 한국 사회를 이해하기 위해 읽어야 하는 필독서로 꼽힌다. 1978년 출간 이후 1996년 100쇄, 2005년 200쇄, 2007년 100만 부, 2017년 300쇄를 돌파했다. 올해 7월까지 320쇄 148만 부를 발행했다.

조 작가의 빈소는 오는 26일 강동경희대병원 장례식장 12호실에 차려질 예정이다. 발인은 오는 28일이다. 유족으로는 부인 최영애 여사, 아들 중협, 중헌이 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