펩트론, 2a상 실패에도 파킨슨병 후속 임상 추진...근거는?

PT320, 유효성 지표 미충족
환자군 선별 및 제형 개선해 임상개발
펩트론이 ‘PT320’의 파킨슨병 임상 2a상 실패를 기반으로 후속 임상을 추진한다. 치료 효과에 대한 경향성을 확인한 만큼, 임상 설계(프로토콜)를 변경해 통계적 유의성을 입증한다는 목표다.

27일 펩트론에 따르면 회사는 PT320의 파킨슨병 후속 임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펩트론은 PT320의 파킨슨병 국내 2a상 결과, 1차 평가지표로 잡은 유효성 달성에 실패했다고 지난 21일 밝혔다. 파킨슨병은 도파민을 분비하는 신경세포가 점점 소실되며 발생하는 질환이다. 다양한 유형의 운동 및 인지 장애를 유발한다.

PT320은 GLP-1 작용제인 ‘엑세나타이드’의 반감기를 늘린 약이다. 엑세나타이드는 도파민 형성에 관여하는 ‘엘타이로신’을 활성화해 도파민 분비량을 늘릴 것으로 기대된다. 펩트론은 엑세나타이드에 ‘스마트데포’ 플랫폼 기술을 적용해 약효 지속기간과 뇌혈관장벽(BBB) 투과율을 높였다.

환자 수 늘리고 제형 개선 추진

PT320 2a상의 1차 평가지표는 파킨슨병및이상운동질환학회 통합 파킨슨병등급척도(MDS-UPDRS)의 3유형(파트3) 점수 변화량이다. MDS-UPDRS 파트3은 파킨슨병의 대표적인 증상인 떨림, 경직, 자세 불안정 등의 항목을 의료인이 평가한 점수다. 파킨슨병 임상에서 유효성 평가를 위한 1차 지표로 흔히 활용된다. 펩트론은 2a상을 PT320 2mg 및 2.5mg 투약군, 위약군 각각 33명에서 진행했다. 파킨슨병 표준치료제인 ‘레보도파’는 투약군과 위약군 모두 의료진의 처방에 따라 투약했다. 레보도파는 파킨슨병 증상을 완화하는 먹는 약이다.

1차 지표인 UPDRS 파트3 점수를 측정한 결과 2.5mg 투여군의 파킨슨 증상 개선 효과를 확인했지만, 위약군 대비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PT320 투여로 인한 증상 개선임을 입증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2.5mg 투여군의 UPDRS 파트3 점수에 대한 유의 확률(p값)은 투여를 시작한 모든 대상자(FAS 분석군) 32명에서 0.0696을, 임상 설계를 준수한 대상자(PPS 분석군) 27명에서 0.0517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p값이 0.05보다 작을 경우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한 것으로 판단한다. 펩트론은 과학자문위원회의 의견을 토대로 임상 실패의 원인을 분석했다. 적은 임상 환자 수, 자가 투여로 인한 복약 순응도 저하, 위약군의 레보도파 복용에 따른 증상 감소 등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펩트론은 2a상 결과를 기반으로 후속 임상의 프로토콜을 최적화할 계획이다. 새롭게 설계한 후속 임상으로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투여 용량은 2.5mg으로 확정하고 투여군 및 위약군을 각각 100명으로 늘릴 예정이다. PT320의 치료 효과를 확신하는 만큼 임상 대상자가 늘어나면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복약 순응도를 높이기 위해 제형도 변경할 예정이다. 2a상의 임상 제형은 두 개의 유리병(바이알)에 각각 담긴 약물과 희석액으로 구성됐다. 환자 혹은 보호자가 의료진 도움 없이 주사기에 두 바이알의 내용물을 채워 섞은 후에 투여하는 방식이다. 복잡한 방식으로 인해 투여 편의성이 낮았을 것이란 추정이다. 후속 임상에서는 희석액을 미리 사전충전형 주사기(프리필드 시린지)에 담고 투여 전에 약물을 섞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 이를 통해 투여 편의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 중이다.

환자군 선별 및 해외 임상도 고려

약효가 좋을 것으로 기대되는 투여 대상자를 선별하는 방식도 고려하고 있다. 2a상은 호앤야(H&Y) 단계 2.5 이하의 초기 파킨슨병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H&Y 단계는 파킨슨병을 증상에 따라 5개 등급으로 분류한 것이다.

2a상은 48주 간 투여를 종료한 이후 12주 간 추적관찰(post HOC)을 수행했다. 그 결과 60주 시점에서 H&Y 단계 2.0 이상 환자의 MDS-UPDRS 파트3 점수가 위약군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함을 확인했다. PT320 투여를 종료한 이후에도 약효가 지속되는 것을 확인했다는 설명이다.

이를 근거로 후속 임상에서 H&Y 단계 2.0 이상을 피험자로 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펩트론은 PT320를 레보도파와의 병용요법으로 개발하고 있다. 레보도파는 도파민 전구체(특정 물질이 만들어지기 전 단계의 화학물질)다. 이를 통해 부족한 도파민을 보충해 파킨슨병의 증상을 개선한다.

하지만 레보도파를 반복적으로 오래 투여하면 이상운동증(dyskinesia)이라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레보도파를 5년 이상 복용 시 50%, 10년 이상 복용 시 90% 환자에서 이상운동증이 나타난다고 알려졌다.

이상운동증 우려 때문에 일반적으로 파킨슨병 환자는 레보도파를 낮은 용량부터 투여해 조금씩 늘려나간다. 펩트론은 PT320을 병용투여할 경우 레보도파의 용량 증가를 늦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펩트론에 따르면 2a상에서 레보도파 증량은 최대 300mg 내 1회로 제한했다. 환자가 요구했을 때 기존 복용량보다 많은 용량으로의 증량을 1회만 허가키로 한 것이다.

2a상 분석 결과 위약군 환자의 레보도파 증량 정도는 PT320 2.5mg 투여군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위약군에서 레보도파 증량으로 효과가 나타나며, 2.5mg 투여군의 치료 효과를 정확히 볼 수 없었다는 판단이다.

2.5mg 투여군에서는 레보도파의 부작용인 이상운동증이 위약군 대비 줄어드는 경향도 확인했다.

회사는 후속 임상을 한국이 아닌 미국과 호주 등 해외에서 실시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해외 임상에서는 레보도파 투여 허용량을 더욱 엄격하게 제한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이를 통해 레보도파 투여로 인한 영향을 줄일 것으로 기대 중이다.

펩트론 관계자는 "임상 결과에 대해 면밀히 분석한 결과 후속 임상을 시도할 근거가 충분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임상 프로토콜을 보완한 후속 임상을 통해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펩트론은 기술이전 혹은 공동개발 방식으로 후속 임상을 추진할 계획이다. 기존에 기술이전을 논의하던 협력사와 2a상 결과를 토대로 개발 방향에 대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내년 기술이전 및 후속 임상에 대한 논의를 구체화할 계획이다.

박인혁 기자 hy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