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 좋았는데"…출근 앞둔 IT기업 직원들 반응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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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시기 재택근무 확산에 앞장선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속속 '출근 모드'로 돌아가고 있다. 업무 특성에 따라 사무실에 출근해 근무하는 게 보다 생산적이라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응이 엇갈리지만 이미 익숙해진 재택근무 체제를 다시 출근 위주로 바꾸는 움직임에 일부 직원들은 불만을 털어놓고 있다. "재택근무 여부가 이직시 중요한 고려 요인"이라는 말까지 흘러나올 정도다.

카카오 "새 근무제 논의중"…주4일 근무 '놀금' 없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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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여파로 재택근무를 선제적으로 도입했던 판교 IT 기업들이 최근 사무실에 직접 출근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 게임업계에 이어 카카오도 지난 7월부터 도입한 원격근무 제도 대신 새해부터 적용할 새로운 근무체제에 대해 사원협의체·노동조합 등과 논의 중이다.

그간 카카오는 전통적 사무실 출근과 재택근무를 혼합한 '하이브리드형 근무제'를 실시해왔다. 지금까지는 원하면 100% 재택이 가능하고, 상황에 따라 자율 출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변화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지난달 내부 오픈톡 행사에서 근무제 변화에 대해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출근이 필요한 부서도 있는 만큼 근무제도를 손질하는 방향이 예상된다. 카카오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나 아직 정해진 바는 없다"고 말했다. 업계의 부러움을 샀던 '격주 놀금(금요일에 출근하지 않는 것)' 제도 유지 여부도 관심사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의 새 근무제도가 어떻게 나올지는 업계뿐 아니라 내부에서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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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계는 앞서 지난 6월부터 대부분 재택근무를 종료했다. 게임 출시에 맞춰 팀원들이 빠르게 소통하고 업무 집중도를 높여야 된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통상적으로 게임 신작을 출시할 경우 개발을 비롯해 여러 부서와의 단기간에 빠른 소통이 필요한데, 재택근무를 할 경우 피드백이 늦어지는 등 어려움이 있었다는 것이다.

방준혁 넷마블 의장은 지난 1월 기자간담회에서 "2020년부터 재택근무 체제가 되면서 게임 개발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실제로 넷마블은 전사 사무실 근무체제로 전환했다.

엔씨소프트, 넥슨 등도 내년에 사무실로 직접 출근하는 기조를 이어간다. 엔씨는 지난 21일 사내공지를 통해 "6개월 간 검토한 결과 대면으로 출퇴근하는 게 현 상황에 보다 필요하다"라면서 전사 출근제를 공식화했다.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도 최근 사내 타운홀미팅에서 대면근무 체제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협업과 소통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현재 상황에서는 대면 근무를 유지하는 것이 더 이롭다"고 설명했다.

"재택근무 좋았는데" vs "출근해야 업무 생산성 올라"

분당구 대왕판교로. 사진=한국경제신문
IT 업계가 재택근무를 종료하고 회사로 복귀하는 방침을 세운 데 대해 직원들 의견은 엇갈린다. 재택근무가 끝나면 "일과 사생활 구분이 명확해지고 업무 생산성이 올라갈 것"이란 반응도 있는 반면 일각에선 "굳이 출퇴근에 시간을 들여야 할 필요가 없는데 아쉽다"는 의견도 나왔다.

판교에 거주 중인 IT 업체 직원 A씨는 "재택근무가 시작되고 팀원들 피드백이 점점 늦어지고 있어 답답했다. 차라리 대면 출근이 낫겠다고 느꼈다"며 "시간·공간적으로 일과 사생활 분리가 명확해 업무 효율성이 더 오를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에서 직접 얼굴 보고 얘기하거나 대면회의를 하면서 나오는 아이디어도 무시 못한다. 무조건 재택이 능사는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코로나19 기간 신입직원으로 입사한 B씨도 "입사 1년이 됐지만 메신저로만 소통을 해서 실제로 얼굴을 잘 모르는 부원도 있다"면서 "만날 기회가 없어 (신규 입사한) 나만 홀로 겉도는 것 같다. 외롭다고 느끼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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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 종료에 반발하는 의견도 있다. IT 기업 개발자 C씨는 "코로나19 전에는 출퇴근만으로 녹초가 됐던 터라 재택근무가 좋았다"며 "계획적인 하루를 보낼 수 있었는데 (재택근무가) 없어져서 아쉽다"고 말했다. 또 다른 IT 기업 직원 D씨는 "재택근무하니 불필요한 치장을 안 할 수 있어 좋고, 꼭 필요한 연락만 하니 스트레스도 안 받았다"면서 "재택근무 여부가 이직시에도 중요한 고려 요소가 됐다"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돼도 예전 근무형태로 100%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기업 입장에서도 재택근무가 사무실 유지 비용 절감 등 장점도 있어 재택근무와 대면출근제를 혼합한 '하이브리드형 출근제'가 점차 자리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