公기관 1.2만명 줄인다지만…文정부 증원 10분의 1 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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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만에 정원 구조조정정부가 350개 공공기관의 정원을 1만2000명 이상 감축하기로 했다.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을 수술하려는 것으로, 14년 만의 구조조정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5년간 공공기관 정원이 11만5000명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건비 연 7600억 절감
기획재정부는 26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고 ‘공공기관 기능 조정 및 조직·인력 효율화 계획’을 심의·의결했다. 각 공공기관이 낸 혁신안을 기재부가 취합한 뒤 주무 부처·기관과 협의해 최종안을 마련했다.계획에 따르면 350개 공공기관은 정원(약 44만9000명)의 2.8%에 해당하는 1만2442명을 줄이기로 했다. 민간·지방자치단체와 겹치는 업무와 비핵심 업무를 조정하고, 조직·인력을 효율화하는 방식을 통해서다. 구체적으론 1만7230명을 감축하고 4788명을 다른 업무로 재배치한다. 우선 내년에 1만1081명을 줄이고 2024년 738명, 2025년에 623명을 순차적으로 감원한다.
공공기관 정원이 줄어드는 것은 2009년 이후 14년 만이다. 정부는 정원 감축으로 연간 7600억원의 인건비를 절감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원을 줄인다고 해서 당장 현재 근무 인력이 구조조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결원이 발생해도 신규 인력 채용이 어려워 무분별한 인력 증원을 막을 수 있다.
文정부 때 정규직 전환 위해 설립된
도로公서비스 정원 1041명 줄인다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기관 정원 감축의 핵심은 기능 조정이다. 기획재정부는 민간 및 지방자치단체와 경합하는 업무, 기관 고유 사업과 거리가 먼 비핵심 업무, 수요가 줄고 있거나 종료된 사업과 관련한 업무 등 717건을 정비해 7231명의 정원을 줄이기로 했다.한국전력은 청원경찰, 검침 등 현장인력을 전문 자회사에 이관하기로 했다. 한국전기안전공사는 소규모 전기설비에 대한 전기안전관리대행업을 민간부문에 넘길 예정이다. 한국체육산업개발이 운영하는 분당·일산 올림픽스포츠센터도 민관에 이관한다. 한국조폐공사는 기념메달 사업을 없애고, 한국도로공사서비스는 통행료 수납 기능을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조직·인력 효율화 작업을 통해서는 4867명의 정원을 감축한다. 국방기술품질원은 비슷한 업무를 하는 팀 8개를 조정해 전체 팀을 62개에서 54개로 줄이기로 했다. 한국관광공사는 해외지사 세 곳과 국내지사 두 곳을 통폐합한다.정원이 현원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공공기관의 정원 구조조정도 이뤄진다. 이를 통해 공공기관 정원 5132명을 줄인다. 줄어든 정원 중 4788명은 핵심 국정과제 수행과 필수시설 운영 등 분야에 재배치된다. 기관별로 보면 문재인 정부 시절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위해 세워진 한국도로공사서비스는 정원이 1041명 줄어든다. 이 회사는 한국도로공사의 비정규직이던 요금수납직원 등을 정규직으로 고용하기 위해 설립됐다. 한국철도공사도 정원이 722명 감축된다. 현재 정원 대비 감축률은 대한석탄공사가 21.2%로 가장 높다.
기재부는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은 아니다”고 밝혔다. 정원을 줄이는 것일 뿐이고, 현재 근무 인력을 당장 구조조정하지는 않을 것이란 취지다.
이번 계획으로 현원이 정원보다 많은 공공기관이 나오더라도 퇴직과 이직 등 자연 감소를 활용하고, 신규 채용에 미치는 영향도 최소화하겠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기재부는 또 올해 약 1만9000명인 공공기관 청년 인턴 채용 인원을 내년 2만1000명으로 늘리고, 현재 3개월 혹은 6개월인 인턴 기간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공공기관 노조와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은 정부가 무리한 인력 구조조정에 나섰다고 비판하고 있다.
정부 안팎에서는 기재부가 더 과감한 정원 감축안을 내놨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 출범 전(33만4000명)과 비교하면 공공기관 정원이 11만5000명 늘었는데, 이번에 1만2442명밖에 줄이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기재부 관계자는 “각 공공기관이 제출한 혁신안을 취합하면 모두 6785명을 줄이겠다고 돼 있는데, 정부가 감축 인원을 두 배 가까이 늘린 것”이라며 “그만큼 공공기관 개혁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고 말했다.
도병욱/강진규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