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세 '공포'…내년 인천·대구 입주 물량, 조사 이래 최다

상반기 입주물량은 수도권, 하반기는 지방이 많아

내년 인천과 대구에서 역대급 입주 물량이 쏟아진다. 기존 주택을 처분하지 못하거나 전세 세입자를 구하지 못한 수분양자들이 자금조달 문제로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7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내년 전국 신규 입주 물량은 총 554개 단지, 35만2031가구(임대 포함 총가구)로 집계됐다. 입주 물량은 상반기 17만4369가구, 하반기 17만7662가구다. 수도권은 상반기 9만7609가구와 하반기 8만2194가구가 각각 입주하고 지방은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각 7만6760가구, 9만5468가구 새 주인을 맞는다.

시도별로는 경기(10만9090가구), 인천(4만4984가구), 대구(3만6059가구), 충남(2만6621가구), 서울(2만5729가구) 순으로 입주 물량이 많다. 경기 지역에선 화성시(1만3643가구), 양주시(1만1714가구), 수원시(1만601가구), 평택시(7673가구) 순으로 공급량이 많다.

인천은 올해(4만2515가구)에 이어 내년(4만4984가구)에도 4만 가구 이상이 쏟아진다. 특히 내년에는 2000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다 물량이 공급될 예정이다. 구도심 정비사업 아파트와 검단신도시 물량이 많다. 서울은 내년 입주하는 2만5729가구 중 6371가구(25%)가 강남구 물량이다. 전세 수요가 둔화된 가운데 개포자이프레지던스(3375가구, 내년 2월 입주) 입주 여파로 인근 개포동과 대치동의 전셋값이 하향 조정되고 있다.

지방은 △대구 3만6059가구 △충남 2만6621가구 △부산 2만4762가구 △경남 1만5221가구 △충북 1만2252가구 △경북 1만1231가구 등의 물량이 많다. 2000년 조사 이래 최다 물량이 공급되는 대구는 입주 아파트의 절반 이상인 1만8900가구(52%)가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으로 공급된다.

대구에서 한 해에 정비사업으로 1만 가구 이상이 공급되는 것은 내년이 처음이다. 서구 원대동3가 서대구센트럴자이(1526가구), 서구 평리동 서대구역반도유보라센텀(1678가구), 중구 달성동 달성파크푸르지오힐스테이트(1501가구) 등 정비사업 대단지들이 내년 입주 예정이다. 충남은 아산시(1만514가구), 천안시(5834가구), 당진시(2245가구) 순으로 입주 물량이 많다.

전용면적 구간별로 △60㎡ 이하 12만7656가구(36.3%) △60~85㎡ 이하 20만2134가구(57.4%) △85㎡ 초과 2만2201가구(6.3%)로, 전용 60~85㎡ 이하 구간대의 중소형 면적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수도권은 60㎡ 이하의 비중이 44.7%(8만384가구)로, 부동산R114 조사 이래 최고치를 나타냈다. 85㎡ 초과(5.6%, 1만150가구)는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높은 집값 부담과 가구원 수의 감소 등에 따른 소형 선호에 맞춰 공급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높은 대출 이자 부담으로 전세수요가 둔화된 가운데 내년에는 역전세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이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보증금 미반환 문제로 새 아파트 잔금을 치루지 못하는 사례가 늘 수 있다"며 "다만 정부가 분양가상한제 적용 주택에 대한 실거주의무 완화, 생활안정 및 임차보증금 반환 목적 주택담보대출 규제 완화방안을 발표한 만큼 대책 시행 시 역전세 우려가 다소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