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채 깡통전세 사기…'악성 임대인' 피해액 1000억 웃돌 수도

사진=연합뉴스
광주경찰청이 최근 구속 송치한 전세사기범이 속칭 '빌라왕'보다 더한 '악성' 임대인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송치일 기준 480억원의 전세 사기 행각을 벌인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로 50대 정모씨를 구속해 송치한 후 공범들에 대한 후속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27일 밝혔다.정씨는 2019~2020년 가계약을 한 빌라 등을 임차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받은 돈으로 사들이는 '무자본·갭투자' 수법으로 자신의 돈을 거의 들이지 않고 신축 주택(빌라)을 대량 매매했다.

그가 사들인 약 400채 빌라(주택) 대부분 시세는 임차보증금보다 낮아져 '깡통전세'로 전락했고, 정씨는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아 피해를 떠안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측이 경찰에 고발했다. 정씨는 이런저런 사업체를 운영했다고 주장했으나, 사업체의 실체가 구체적으로 확인되진 않았고 무자본으로 이번 전세 사기 행각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임차 기간 만료 이후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한 세대는 송치한 날 기준 208채로 피해액은 480억원에 달했다. 그가 사들인 빌라 등 주택 400채 모두 만기가 도래하면 피해액이 1000억원 이상으로 늘어날 수도 있다. 이 같은 정씨의 범죄 피해액(사고금액)은 334억원의 보증사고 금액을 낸 '빌라왕'보다 피해액이 크다.실제로 정씨는 더불어민주당 박상혁 의원이 HUG측으로부터 받아 공개한 '악성 임대인' 블랙리스트 상위 10명 중 2위에 이름을 올린 인물로 추정된다.

박 의원실은 개인정보 보호법상 HUG로부터 악성 임대인의 실명을 건네 받지 못했고, 경찰도 구체적으로 순위를 확인하진 않았다. 다만 계속 늘어간 피해액이 서로 비슷한 수준이고 성(姓)이 같은 인물은 순위권에 정씨가 유일한 점으로 미뤄 동일인으로 추정된다.

악성 임대인 명단상 2위인 인물(정모씨)은 11월 말 기준 254건 계약에서 세입자들에게 보증금 600억원을 돌려주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경찰은 정씨 송치 후에도 수사를 진행 중이다. 정씨와 함께 빌라를 사들이고 전세를 내주는 과정에 관여한 공인중개사와 브로커 등의 여죄를 수사하고 있고, 범행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정씨의 가족도 추가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